빚 없이 하라던 추경 국채발행 먼저?…기재부 어느 장단에

현 정부·인수위·정치권 등 추경안 편성 큰 틀 공감대
50조원 규모·재원 마련 방안 놓고는 여전한 입장 차
추경 편성 책임지는 재정당국 눈치 볼 수밖에 없어
홍 부총리, 대외신인도 등 우려 대규모 추경에 난색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에 공감하고, 여야 정치권도 신속 처리에 합의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이전 추경안 편성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다.



큰 틀에서 방향을 잡았지만 규모나 재원 마련 방식에 있어서는 현 정부와 인수위 간 입장차가 여전하다. 편성을 책임지는 재정당국으로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고민스러운 입장이다.

31일 기획재정부와 인수위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2차 추경안 편성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한 예산 항목들과 확보할 수 있는 재원 규모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지난 24일 기재부는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추경 편성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을 보고했지만 인수위에서 구상한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위는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추경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국채발행을 가장 후순위로 꼽고 있다. 기재부에도 올해 시급하지 않은 예산 사업을 구조조정 방식으로 추경안에 편성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윤 당선인이 현 정부에서 악화된 재정 상태를 회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추경안 편성 과정에서부터 이를 지키려는 요구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5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던 금액 역시 논의를 거듭할수록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약속한 50조원 추경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그 만큼의 재원을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재정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30조원 규모가 적당하다는 주장이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국채 발행을 먼저 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스스로 깎아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건 자기 부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엇갈린 주장에 추경 편성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로서는 난감할 뿐이다. 지출 구조조정이나 국채발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현 정부와 인수위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 정부와 임기를 같이 할 가능성이 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중이 깔린다면 추경안 편성이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는 그 동안 대외신인도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해 대규모 추경안 편성에 난색을 표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는 동안 7차례 추경안을 편성했는데 재원 마련 방식과 규모를 놓고서 여당과도 신경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1차 추경안 편성 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곳간지기로서 재임기간 중 국가 재정 상태가 악화한데 대해 추후 재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욱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삭감이 예상되는 사업의 경우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집행하는 주무부처와의 협의도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 작업은 시작도 못한 상태로 알려진다.

따라서 기재부는 인수위 요구에 따라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한 예산 항목을 들여다보며 틀을 갖춘 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구체적인 추경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올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재원을 오롯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만 만들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연속성 있는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게 된다면 실제 집행하는 부처와도 충분히 협의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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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