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들이 잇따라 수수료 체계를 조정하면서 부담이 늘어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4일 배달업계 등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2일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의 수수료 체계를 조정했다. 기본형의 경우 중개수수료 6.8%에 배달비 6000원(부가세 별도)이 적용된다.
쿠팡이츠도 지난 2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중개수수료를 9.8%(일반형)로 조정하고 배달비를 최대 5400원(부가세 별도)으로 정했다.
두 플랫폼은 개편 전까지 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조정이 이뤄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사실상 오르게 됐다. 또 다른 배달 플랫폼인 요기요도 '요기요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조만간 개편할 예정이다.
플랫폼 측은 기존보다 수수료를 낮춰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체감은 정반대다. 프로모션 기간 때에 비하면 오히려 수수료가 올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수수료 인상으로 "한계를 넘어섰다"는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식자재,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에다가 배달 수수료까지 높아져 부담이 한층 늘었다는 것이다.
서대문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배달 플랫폼에서도 이윤이 얼마 안 남는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상승분은 좀 과했다. 임계점을 넘었다"며 "자영업자들이 음식값을 올려서 스스로 방패막이가 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매출의 70%는 기본적으로 식자재 40%, 배달 수수료 30%로 나간다. 남은 30%로 쥐어짜서 임대료, 월급 등 충당하는 구조"라며 "배달비가 10% 오르면 업주들이 느끼는 체감은 거의 30~50% 타격"이라고 토로했다.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50대 박모씨는 "플랫폼에서는 배달팁은 매장 사장님이 결정한다고 하면서 배달비 인상에 대한 화살을 그대로 자영업자에게 넘긴다"며 "손님한테 붙는 배달비가 자영업자 매출로 잡히고 우리가 부가세를 내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 이용자는 "배달시장에서 배민, 배민1의 비율은 압도적이고 특히 서울은 배민1 매출이 높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 중이다"고 한탄했다.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사해도 남는 게 없다. 하루 18시간 일하고 이게 뭔가 생각이 든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파스타집 사장은 한 배민1 해지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내가 살기 위해 고객에게 전부 떠넘겨야 하는 시스템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겠다. 먹고 살기 위해 배민은 해지하지 못하고 유지하는 제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매장 판매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근 3년간 배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영업시간이 완화됐어도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건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이제 국민들 자발적 거리두기 분위기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다만 소비자들이 요즘 배달비 인상으로 매장 판매와 배달판매의 음식값이 다른 경우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어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자영업자들이 배달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가 너무 없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율규제보다는 정부가 나서서 공정한 체계를 구축해야 하지 않냐는 요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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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