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년생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尹 '만 나이 통일' 공약 실현 기대

올해 한국 나이 21살 2002년생까지 적용
"사회적 기준 모호해 그때그때 나이 선택"
尹 "만 나이로 기준 통일"…빠른년생 환영

#'빠른 1993년생' 최모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상황에 따라 나이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빠른년생을 인정하는 경우가 애매하다"며 "사회에서 만난 92년생을 형이라고 부르는 건 불편하다"고 했다. 스스로 93년생이라고 밝히고 참여한 모임에 92년생 동창을 합류시키려다가 족보가 꼬일까봐 포기한 적도 있다.

#1992년 1월에 태어난 김모씨도 20년 가량을 1991년생 친구들과 동갑으로 지냈다. 고교때까지만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대학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졸업을 앞뒀을 땐 이력서에 만 나이를 적으라고 해서 적었더니 '취직할 때 되니까 한 살 어리게 적는다'는 핀잔을 주변에서 듣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만 나이로 기준을 통일하겠다고 공약한 이래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나이 셈법인 '빠른년생'이 주목 받고 있다. 공약이 현실화되면 1~2월에 태어난 사람들을 빠른년생으로 분류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빠른년생을 만들어낸 조기입학제는 지난 2009년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조기입학이 가능했던 마지막 세대는 2002년 1~2월생으로, 이들은 현재 한국식 나이로 21살이다.

빠른년생들은 처음으로 자신을 소개할 때 1월생 혹은 2월생이라는 점을 부연한다. 함께 자라온 친구들이 한국식 나이로 한살 많다보니, 자신의 정체성 역시 한살 위 세대와 같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다만 사회에 나온 뒤에는 스스로도 자신을 어느 나이로 분류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빠른년생들은 한살 많은 나이로 소개했다가 지적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빠른년생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알려져 핀잔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한다.

직장인 이모씨는 "매번 고민하다가 상대가 먼저 친구하자고 하면 그러고 아니면 만다"며 "사회에 나온 뒤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빠른년생"이라고 먼저 소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회사원 김모씨도 "어느 순간부터 나이를 정하는 건 포기했다.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 사람들은 고맙고 못 해주는 사람들은 그냥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상당수 빠른년생이 사회에서의 관계 맺기에 고충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말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빠른년생 중 38%가 본인의 생일로 인해 관계 맺음에서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빠른년생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39%가 빠른년생과의 관계 맺음에서 불편함을 자주 또는 종종 겪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4명 가량이 빠른년생으로 인해 인간관계 혼란을 체감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셈인데, 이 같은 혼란의 근본적인 배경은 우리사회가 만 나이가 아니라 한국식 나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 도입을 요구하는 청원이 200건 이상 게재돼 있다.

이에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사회 생활에서도 한국식 나이를 쓰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를 쓰게 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1999년 1월생 박모씨는 "외국처럼 만 나이로 하면 불편함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나중에는 빠른년생도 아닌 사람들도 편할 것"이라며 "만 나이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게 '만' 이라는 말도 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빠른년생 가족을 둔 직장인 박모씨도 "고민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지켜봐 온 입장에서 매우 좋다. 새로운 법이 정착되고 인식이 법을 따라가면 지금의 논쟁도 언젠가 사그라질 것"이라며 "그 출발점으로서 환영한다. 꼭 지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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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