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경사진 곳에서 초속 6m의 바람이 불면 평지 때보다 최대 78배나 산불확산 산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자체 개발한 '수평풍동실험장비'를 이용해 바람이 산불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풍속 6㎧와 경사 30도의 조건에서 분당 최대 15m까지 불이 확산됐다고 7일 밝혔다.

이는 무풍·무경사 조건에서의 발화된 불이 분당 약 0.19m의 느린 속도로 이동한 것과 비교할 때 78배나 빠른 확산 속도다.

이번 실험은 봄철 낙엽 평균 수분함량(10∼12%)과 풍속(무풍∼6㎧), 경사(0∼30도)서 이뤄졌다.

실제로 2000년 동해안, 2005년 양양, 2019년 고성산불 등 피해가 컸던 대형산불은 대부분 봄철인 4월에 집중됐다. 이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한 편서풍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짝 마른 낙엽과 바람에 의해 산불확산이 빨라지면 불이 나무의 잎과 가지 부분으로 옮겨붙는 수관화로 변한다. 산림의 상단부가 타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아 산불의 확산을 가속화시키고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달 울진·삼척산불 당시에도 순간 최대풍속 25㎧의 바람에 불똥이 산과 하천을 뛰어넘어 약 2㎞까지 날아갔다.

이런 바람탄 '도깨비 불'은 국립산림과학원의 비화생성장비를 통한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서경원 박사는 "건조한 날이 지속되고 강한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사소한 불씨로도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 순간의 실수로 인명피해는 물론 오랜 시간 가꿔온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