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서 ‘070’ 인터넷 발신번호를 휴대전화번호 ‘010’으로 변작해주는 불법 통신중계소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 혐의로 A씨 등 15명을 검거하고 이 중 A씨 등 12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전화금융사기 범행 수단인 대포전화를 이용한 국내 불법 통신중계소 15개소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신중계소는 해외콜센터에서 발신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으로 변작하거나 중계소에 설치된 휴대전화를 원격 발신해 ‘010’으로 수신토록 해준다.

기존에는 일반적으로 ‘심박스’(SIM BOX)로 불리는 중계기를 이용해 해외 인터넷 발신번호인 ‘070’를 휴대전화번호 ‘010’으로 변작했다.

하지만 이번에 경찰이 찾아낸 중계소 가운데는 강화된 단속을 피하려고 ‘CMC’(동일 계정으로 접속 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연동해 다른 기기에서 전화나 문자를 수·발신할 수 있는 기능)를 이용해 해외에서 직접 PC를 통해 휴대전화 등을 원격 조종하는 ‘무인 통신중계소’도 적발됐다.

특히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모텔 등 고정식 중계소가 아닌 차량 또는 여행용 가방 등에 넣어 수시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중계기에는 태양광판을 연결해 자체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논·밭에 숨겨 운영하는 이동형 중계소도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인원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이 인터넷에 게재한 ‘재택근무,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공유기 관리, 전파품질 관리, 고액 아르바이트’ 등 거짓 구인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적발로 통신매개체로 이용된 휴대전화와 유심칩 등 대포물건 806개를 모두 압수하는 한편, 범행에 이용된 전화번호는 통신사에 이용 중지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날이 통신중계소 운영이 수사기관 단속을 피해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다수의 휴대전화를 싣고 다니는 차량이나 여행가방 등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면 적극 신고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