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자살했다던 특전사, 알고보니 선임병 탓 우울증

선임병 계급이나 군가 외우는 암기 강요

 지병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알려졌던 특수전사령부 병사가 선임병들의 괴롭힘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25일 제53차 정기 회의를 통해 진상 규명한 바에 따르면 당초 고 최모 이병은 평소에 앓던 뇌수막염, 디스크, 키쿠치 임파선염, 우울증 등 지병을 비관하다가 2004년 12월 자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망인이 앓았다는 각종 지병은 입대 전 치료해 복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거나 복무 중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이병이 입대 전 뇌수막염과 디스크를 앓기는 했지만 입영 신체 검사 시 1등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완치가 된 상황이었다. 또 키쿠치 임파선염은 실제 병을 앓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입대 전 우울증 관련 기록은 없으며 입영 신체 검사상 정신과 검사에서도 정상 판정이 나왔다.

최 이병은 특전사로 차출된 후 특수부대 복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과 두려움, 부대 내에서 이뤄진 일부 병영 부조리로 정신적 압박을 받았고 그 결과 우울증이 발병했다고 군사망규명위는 밝혔다.

선임병 계급이나 군가를 외우도록 하는 암기 강요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동기병들에 의하면 최 이병은 선임병들 사이에서 괴롭힘 대상이 돼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게 됐다.

최 이병이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며 면담을 요구해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우울증이 악화됐다.

군사망규명위는 "부대적 원인에 의해 망인이 사망하게 됐음에도 국가가 유족에게 충분한 설명과 보상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바가 있다"며 "위원회는 국방부 장관에게 망인의 사망 구분에 관한 사항을 순직으로 재심사할 것을 요청하면서 보훈 보상 대상자 등록을 비롯해 망인과 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한 국가적 책임을 다할 것을 환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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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