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론' 휩싸인 공수처, 우선적 수사권 폐지 방침에 '설상가상'

공수처법 24조1항 폐지 추진 尹 업무보고
"독소조항" vs "존립 근거" 갈등 심화할 듯
수사 역량 논란 이어 국민적 불신도 상당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우선적 수사권' 조항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공수처의 우선적 수사권을 규정한 조항을 "독소조항"이라며 폐지를 주장해왔고, 공수처는 이를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대면 진행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오는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검찰 직접수사권 축소 대응 방안 등을 보고했다.

한 장관은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공수처법 24조 1항에 대해선 개정 등을 통해 ‘우선적 수사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검·경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공수처에 이를 통보하도록 한 24조 2항을 남용할 경우 수사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만큼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법 24조와 관련해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다"며 임기 중 우선 수사권을 규정한 1항 관련 이첩 요청권 행사의 기준과 절차, 방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수처에 따르면, 해당 조항이 행사된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 공수처 '1호 사건'으로 꼽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이첩을 요청한 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이첩을 요청한 건이 전부이다.

◆빈손 수사에 정치적 편향성 논란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법 제·개정 움직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범 1년이 넘도록 뚜렷한 실적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공수처가 발표한 사건처리 실적에 따르면, 사건사무규칙 개정 전인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13일까지 공수처가 처리한 3007건 중 검·경 등 기타 수사기관에 이첩한 사건은 2620건으로 전체의 87.1%에 달했다. 반면 공소제기, 불기소, 불입건 등 자체 처리 사건 수는 387건으로 전체의 12.9%에 불과하다.


정치적 편향성 등 공수처를 향한 국민적 불신도 상당하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유족 측은 지난 6월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문재인 정부로 인해 상처를 입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수처장이 (사건을) 수사한다면 2차 가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문재인 정부 시절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 등 전 정권 주요 고위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주요 수사주체의 결정권은 공수처에 있다. 그러나 공수처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검수완박 경찰 견제" 역할 기대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 설립, 공수처법의 취지 등을 감안하면 우선 수사권 폐지는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우선 수사권을 통해 검찰이나 경찰이 함부로 수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이 자체가 수사권에 대한 아주 강력한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검수완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순기능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지금으로서 공수처는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고,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해 법무부가 공수처의 권한을 빼앗겠다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민주당도 법 개정 움직임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제대로 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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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