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초등 입학 너무 일러…학습보단 돌봄 더 필요" 우려

"아동 발달 특성 고려치 않아…재검토 해야"
"2개 연령 동시 입학…입시·취업 경쟁률 2배"
"만 5세 빠지면 유치원 경영난…폐원·실직 우려"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유·초 교육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29일 오후 성명을 통해 "만 5세 초등 취학은 유아들의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만 5세 유아들은 초등교육 체제에서 교육을 받기에 발달상으로는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15~20분의 활동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 것이 대부분인 만 5세 유아들이 40분 동안 교실에 가만히 앉아 학습을 할 수 있을까"라며 "발달시기에 맞지 않는 학습을 하며 결국 더 이른 나이에 학업 스트레스에 지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초등교사 출신 회장을 선출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만 5세 아이들에게는 '학습'보다는 '돌봄'이 더 필요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교총은 이날 오후 학제 개편안에 대해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초등학교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제개편은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 수 있다"며 "대폭적인 교사 수급, 교실 확충과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것은 물론 (개편된 학제를 거친) 이들이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 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제 개편이 대학 입시로 이어지는 충격이 학생 수백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편된 학제가 도입되는 해는 만 5세·6세 2개 연령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이 경우 중·고교를 거쳐 대입경쟁률이 2배 증가하고 이는 대학졸업 후 취업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한 학년이 30만명인 상황에서 조금씩 나눠서 전환하는 방식은 피해를 키울 뿐"이라며 "4년에 걸쳐 25%씩 전환하면 피해학생은 150만명, 10년에 나눠서 하면 33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송 위원은 "이렇게 피해학생들은 같은 학년이 최대 2배인 상황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치원을 가는 만 3~5세에서 만 5세가 초등학교로 빠질 경우 유치원들이 경영난에 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는 이날 오후 "현재도 유아교육기관은 저출산 영향으로 원아 수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제 개편 후) 원아 수 급감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폐원이 급증하면 유아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유아교사의 실직사태가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 5세 초등 입학 학제개편'을 담은 교육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부총리는 앞서 진행된 사전 브리핑에서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입학 시기를 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네 단계로 나눠서 할지 아니면 두 단계가 될지 세 단계가 될지는 달라질 수 있으나 합의가 된다면 2025년부터 조기 입학을 시행하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 같은 학제 개편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올해 말 시행해 내년 중 시안을 마련하고, 2024년 방안을 확정해 2025년부터 만 5세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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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