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개월 '수장 공백' 종지부 찍나…새 위원장 과제 '산적'

尹 대통령, 해외 순방 전 임명 강행에 무게
사무처장·상임위원 등 인사·조직 개편 시급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 기조 변화 예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조만간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 직권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임명 이후 갈 길은 험난한 상황이다. 위원장 자리가 넉 달 가까이 공석이었던 탓에 한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16일 국회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예정된 해외 순방 일정에 앞서 한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기자 지난 15일까지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바 있다. 이 기한을 넘기면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공정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

여야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재송부 요청은 사실상 불발된 상황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 전 마지막 평일인 이날 공정위원장 임명이 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후보자가 임명되면 인사와 조직 개편 작업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파악된다. 조성욱 위원장이 지난 5월 초 사의를 표명하면서 업무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공정위는 사실상 수장 공백상태였다.

이 기간에 공정위 핵심 보직인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 1급 인사도 미뤄졌고, 결과적으로 국장·과장급 등 후속 승진 인사도 줄줄이 멈췄다.

또한 얼마 전 공정위 기업집단국 산하 지주회사과를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조직 정비도 시급하다. 현재 인원 감축 대상에서 제외된 5명의 인원으로 지주회사팀을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공정위 최고 의결 기구인 전원회의도 정상화된다. 매주 수요일마다 개최되는 이 회의에서는 9명의 위원이 모여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와 처벌 수위 등을 정하게 된다.

만약 오는 21일 전원회의에 한 후보자가 신임 공정위원장으로 참석한다면 폭스바겐그룹·BMW·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의 배출가스 저감 기술 관련 혐의를 첫 사건으로 맡게 될 수 있다.

다만 시간 여건상 취임 후 곧바로 전원회의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첫 회의는 오는 28일 또는 다음 달 5일에 잡힐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재벌 개혁'에 앞장서 왔던 공정위의 정책 기조 변화도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시장 친화적인 친기업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공정거래 조사에서 기업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발표한 바 있다. 위원회 심의 이전 단계부터 공식적인 의견 제출 기회를 확대하는 등 기업의 방어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당분간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과제에는 대규모 내부 거래 등에 대한 공시 주기 조정과 기업 인수합병(M&A) 심사제도 개편 등이 꼽힌다.

한국계 외국인을 대기업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 마련도 한 후보자에게 주어진 과제 가운데 하나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발표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외국인 총수 지정 요건을 담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된 바 있다.

플랫폼 업계 규제안도 새로 설계해야 한다.

현재 공정위는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만들기 위한 민간 협의기구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당초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제정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갑질'을 막으려 했지만, 새 정부에서는 이를 민간협의기구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디지털 시장 특성을 반영한 법 집행 기준도 새로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앱마켓·반도체 등 독과점 시장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는 분야의 법 집행은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현재 구글 인앱 결제 강요 혐의 등을 조사 중이다.

한 후보자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중점 추진 과제와 관련해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반칙 행위는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경쟁제한적 규제 등을 개선해 시장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중소기업이 정당하게 제값 받는 여건과 소비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공정하고 안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건처리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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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