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유림서 현무암 훔친 일당, V자 인증샷까지

시험림 야간 근무 안하는 것 알고 수십차례 사전답사
CCTV 천으로 가리고 중장비 동원해 자물쇠 절단
나무 수십그루 절단해 임시진입로 만들어 현무암 절취
서귀포경찰서, 2명 구속·1명 구속 영장 심사 중
또 다른 공범 4명과 함께 특수장비 동원해 절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제주의 한 국유림에서 자연석(현무암)을 훔친 일당이 구속됐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50대 남성 A씨 등 6명, 장물취득 혐의로 50대 남성 B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A씨 등 6명은 지난 5일 밤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소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한남연구시험림에 침입해 현무암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형제 사이인 A씨 등 주범 2명을 구속했고, 또 다른 주범 1명에 대해선 구속 영장 심사가 진행 중이다. B씨 등 나머지 공범 4명에 대해선 불구속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형제 또는 선후배 사이로 시험림에서 야간에 근무하지 않는 것을 미리 파악해 5~6명이 수십 차례에 걸쳐 사전 답사한 뒤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중순께부터 지난 6일 사이 심야에 굴착기와 화물 차량, 징블럭(체인으로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장비), 윈치(와이어로 물건을 끄는 장비) 등을 동원해 입구에 설치된 출입 통제 차단기의 자물쇠를 절단기로 해체한 뒤 시험림으로 진입했다.

특히 피의자들은 폐쇄회로(CC)TV에 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천으로 가리기도 했다.

출입구에서 차량으로 20여분간 들어가 수십 그루의 나무를 절단하는 등 산림을 훼손해 임시진입로를 만든 피의자들은 다시 숲속으로 300여m 진입해 현무암을 캐낸 뒤 윈치로 차량 적재함에 실어 절취했다.

이들은 범행 후 B씨에게 약 1200만원에 현무암을 판매했지만 B씨의 변심으로 반환하자 제주시 애월읍 인근 한 야적장에 해당 자연석을 숨겨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10일 시험림 측의 신고를 받고 25일 범행 일당들을 검거한 데 이어 이날 현무암도 찾았다.

해당 현무암은 높이 약 180㎝, 폭 약 80㎝ 크기로 시험림 측은 주변 나무 등이 심하게 훼손된 점을 토대로 지난 6일 현무암이 사라진 것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험림 등에서 산림자원을 훔치거나 훼손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광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산림환경연구실장은 "암석 전문가는 아니지만 돌 크기나 모양새가 여러 명이 달려들어 훔칠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아했다"며 "보통 열을 완전히 받아서 용암이 흐르는 것처럼 굳어버린 현무암 같은 경우 미적 가치가 뛰어난데, 해당 현무암은 사진으로봐도 다소 엉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도 해당 돌에 대해 전문기관에 의뢰해 또 다른 가치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며 "또 시험림에 있는 자연석등을 조사한 뒤 데이터베이스 등을 구축해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형제의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산림을 훼손한 환경범죄사범에 대해선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남시험림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난대림의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시범 산림' 조성을 위해 관리되고 있다. 부지는 1223만㎡ 규모로 축구장 1900여개 크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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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