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 본관 철거 착수, 시민단체·민주당 반발

왜색 논란 본관동 헐고 신청사 설계 재공모
문화재청 협의로 일부 구조물은 이전·보존
NGO "이범석 시장 역사의 죄인 될 것인가"

충북 청주시청 옛 본관동이 치열한 문화재 논쟁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청주시는 7일 상당구 북문로 3가 옛 청사 본관동의 석면을 제거한 데 이어 건물 철거 공사에 본격 돌입했다.

'본관 철거'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범석 시장이 취임한 지 8개월여 만이다.



17억4200만원을 들여 다음 달 말까지 본관동을 철거하고, 본관동 1층 로비·와플슬라브 구조(기둥·보)와 연결되는 파사드는 3층까지 해체 보존한다.

지난 1월 청주시와 문화재청, 각계 전문가들로 꾸린 '청주시청사 구 본관동 논의 협의체'가 제안·권고한 방안이다.

해체된 구조물은 추후 설계 공모 시 건축가와 상의해 이전 보존한다. 3D 디지털 데이터 구축과 함께 제원·연혁·사진 등을 담은 백서 발간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86만 청주시민의 숙원사업인 청주시청사 건립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 협조를 바란다"며 "(그동안 본관 철거에 반대해 온) 시민사회단체도 문화재청 협의 결과를 존중해달라"고 밝혔다.


옛 청주시청 본관동은 1965년 연면적 2001.9㎡ 규모의 3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뒤 1983년 4층으로 637.2㎡ 증축됐다.

일본 와세다대학 부속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고 강명구 건축사가 설계했다.

민선 7기 한범덕 전 시장(더불어민주당) 때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존치 주장에 따라 민·관 거버넌스에서 존치 결정했으나 민선 8기 이범석 시장(국민의힘)이 이를 번복했다.


▲일본 건축양식 모방 ▲문화재청 직권등록 언급에 따른 불공정 합의 도출 ▲증축·구조 변경에 따른 원형 훼손 ▲정밀안전진단 D등급 ▲콘크리트 탄산화 E등급 ▲내진설계 미반영 등을 철거 이유로 내세웠다.



문화재 국가등록에 관한 지침은 ▲외래 양식을 모방했거나 진위가 불명확한 경우 ▲보수·복원·정비 등으로 본래의 문화재적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경우 ▲문화재적 가치가 있더라도 문화재 등록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운 경우를 국가등록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주시청 본관의 옥탑은 후지산, 1층 로비 천장은 욱일기, 난간은 일본 전통양식을 모방했다는 의견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과 극렬한 대립각을 이어왔다.

청주시의회 의석수를 양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본관 철거예산 통과 저지에 나섰으나 당내 반란표가 나오면서 무릎을 꿇었다.

시는 본관 철거 후 곡선 위주의 민선 7기 설계안을 폐기하고, 행정안전부 타당성 재조사와 설계 재공모를 거쳐 옛 청사와 청주병원 일대에 박스 형태의 신청사를 지을 계획이다.

착공 시점은 기존보다 10개월 늦은 2025년 8월, 준공 목표는 2028년 11월이다.

총 사업비는 3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시 관계자는 "기존 설계비용 97억원을 매몰 비용으로 치더라도 디자인 중시 위주의 건축비를 ㎡당 351만원에서 303만원으로 줄이면 총 282억원이 절감된다"며 "본관 존치보다는 철거에 따른 장점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회의는 이날 옛 본관동 철거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범석 시장은 청주시 최초의 청사를 왜색으로 몬 것도 모자라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인가"라며 "본관 철거 입장을 철회하고 보존에 나서라"고 성토했다.

이어 "문화재청도 문화재위원회 분과위원장단의 (보존) 입장문 발표 후 미온적 태도로 임하고 있다"며 "문화재청이 지속적으로 약속한 본관 보존을 못한다면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시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본관 앞에 진을 치고, 난관 철거 작업을 저지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문화재청과의 합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습 철거에 대한 반발"이라며 "적어도 의회에 사전 소통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집행부에 항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들은 지난해 말 본관 철거예산 통과 후 의사일정 보이콧, 의장 불신임안 발의, 상임위원장단 일괄 사퇴 등 반발을 이어오다 지난달 23일 의회 복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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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