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 치료법’이라 불리는 '중입자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의 케이이치 타카타 연구위원(Kei-ichi Takata·UN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UNIST 김하진 교수팀과 공동으로 'POLQ(DNA Polymerase theta) 단백질'이 암세포가 중입자 치료에 내성을 갖게 하는 원인 물질임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POLQ 단백질이 중입자 치료로 인한 암세포 DNA의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Double-strand break·DSB) 손상을 복구하기 때문으로 향후 항암제 개발 등 중입자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암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에 높은 에너지의 방사선을 조사해 DNA의 손상을 일으키고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 방법으로 이 중 중입자 치료는 중입자가속기로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탄소이온을 암세포에 정밀하게 쏴 파괴하는 방법이다.

기존 X선이나 감마선 치료법에 비해 치료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어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평가된다.

현재 중입자 치료기는 전 세계에 단 10여 개국만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올 상반기에 첫 도입될 예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 방사선 치료 시 암세포에서 DNA 이중가닥이 절단되며 세포가 파괴되지만 곧 세포 내 DNA 회복에 관련된 단백질들이 손상을 인식하고 이중가닥 중 한 가닥을 절개해 단일가닥을 노출시킨다.

이후 POLQ 단백질이 양쪽 단일가닥 돌출부에 위치한 짧은 상동서열(microhomology)을 접합시키고 나머지 DNA 한 가닥을 주형으로 새롭게 합성해 이중가닥 구조를 되찾게 한다.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 내에서 DNA 이중가닥 절단을 비롯해 손상된 염기의 탈락, 타이민 글리콜(Thymine Glycol.DNA 구성 염기 중 타이민 손상) 생성 등 산화적 손상을 동반한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이중가닥 절단과 달리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은 기존에 알려진 DNA 회복 메커니즘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암세포가 다른 종류의 DNA 손상에 비해 복구하기 어렵다. 이로 기존의 방사선 치료보다 중입자 치료가 높은 치료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세포가 중입자 치료에 의해 생성된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을 복구하고 치료에 내성을 갖는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DNA 이중가닥 절단을 수선하는 복구 메커니즘에 핵심인 POLQ 단백질이 염기 탈락 부위와 산화적 손상 부위를 우회해 합성할 수 있는 독특한 DNA 중합효소라는 점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POLQ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한 암세포에 탄소이온 고선량 방사선을 조사, 암세포의 반응과 특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POLQ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은 암세포의 방사선에 대한 생존율은 감소하고 염색체 불안정성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또 연구진은 DNA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을 모사한 DNA 분자에 '미세 상동 매개 말단 접합 기술'과 '단분자 형광 공명에너지 전달 기술'로 POLQ 단백질이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을 복구하는 과정을 재현했다.

이어 POLQ 단백질이 상보적 염기서열을 가진 두 개의 DNA 가닥을 염기쌍이 되도록 유도시키고 이 염기쌍으로부터 뉴클레오타이드를 합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실험으로 POLQ 단백질이 암세포의 DNA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을 효율적으로 복구해 중입자 치료의 효과를 줄이고 치료에 내성을 갖게 하는 원인물질임을 증명했다.

이는 암세포의 중입자 치료 내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POLQ 단백질의 억제가 중입자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IF 19.160)'에 지난달 20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논문명:DNA polymerase θ-mediated repair of high LET radiation-induced complex DNA double-strand breaks)

케이이치 타카타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암세포가 중입자 방사선 치료에 대해 내성을 갖게 하는 원인물질을 밝혔다"면서 "원인물질을 억제하는 항암제의 개발로 더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한편 중입자 치료기가 국내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치료효과 향상을 위한 한·일 공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