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오는 2026년 공립 고등학교가 생긴다.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구는 7일 오후 동작구청에서 가칭 '흑석고'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이는 구에서 지난 4월25일부터 열흘간 흑석동 주민 60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민투표 결과, 응답자 80.3%가 공립학교 신설에 찬성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투표에서 2안인 사립학교 신설은 10.6%, 3안인 공립학교 이전은 9.1%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과 구는 이날 협약에 기초해 오는 2026년 3월(1학기)에 전교생 546~621명(24~27학급) 규모의 공립 고교를 여는 것을 목표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내달 교육청 자체투자심사(자투심), 공유재산심의회를 거쳐 오는 9월 시의회 심의를 받는다. 절차가 끝나면 오는 9월부터 설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지는 흑석뉴타운 내 사업시행자(조합)가 교육청에 기부채납 하는 흑석동60번지 일대 148필지(1만3087㎡)를 활용한다. 건축비도 조합이 부담하고 다 지어진 시설을 교육청에 기부채납 할 예정이다.

기부채납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등 사유재산을 무상으로 이전 받아 취득한다는 의미다.

본래 관련 규칙에 따라 총사업비 300억원이 넘는 학교 신설 공사는 교육청 자투심과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중투심)를 받아야 하지만, 사업비 전액을 민간자본으로 충당하는 경우 중투심이 면제된다.

동작구 흑석동에는 지난 1997년 중대부고가 강남구 도곡동으로 옮겨간 뒤 고등학교가 없었다.

이후 2005년 서울시가 뉴타운 사업지구로 흑석동을 선정하면서 일반고 설립 논의가 이어져 왔다.

흑석동 인근에 사는 학생들이 먼 거리와 오랜 시간을 감수하며 통학을 한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당초 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 문제로 일반고 신설에 난색을 표해 오다 조희연 교육감 취임 후인 2016년부터 입장을 바꿔 다른 학교의 이전을 추진해 왔다.

학령인구 규모가 7800여명으로 비슷한 관악구에는 고교가 11곳 있는 반면 동작구에는 6곳에 불과한 '학교군 학교 불균형 문제'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사립 일반고 2곳을 상대로 이전을 저울질했으나 난항을 빚었고 지난해까지는 인근 공립 고교의 이전을 검토했으나 학부모 반대로 끝내 불발됐다.

학교 이전이 어렵게 되자 교육청은 지난해 12월 '학교배치 효율화 방안'을 수립했다. 다른 고교의 통·폐합을 전제로 학교가 필요한 뉴타운 등 대단위 개발지 내에 신설을 우선 추진한다는 내용의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구는 사립고 신설도 검토했으나, 교육청은 관련 법령에 대한 교육부와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결과를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보고 공립고 신설을 제안, 주민투표로 이어진 바 있다.

이번 가칭 '흑석고' 신설에 따라 교육청은 시내 다른 고등학교를 통합하거나 폐교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가칭 흑석고가 개교하는 2026년 3월까지 시내 어느 한 지역의 고교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게 자투심 조건"이라며 "어느 학교일지는 아직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가칭 '흑석고' 주민투표 결과를 전하며 "첫 임기 때부터 꽉 묶인 과제였는데, 흑석동 주민들의 성원에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설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밝혔다.

교육청과 동작구는 오는 8일 오후 7시30분 동작구 은로초등학교에서 흑석동 학부모와 주민을 위한 '가칭 공립 흑석고 설립 추진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