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찬, 사형→무기징역…유족 "판사 머릿속 들여다보고 싶어"

중년남녀 2명 연달아 살해한 혐의
1심 "인간성 회복 없어 보여" 사형
2심 "사형에 불만없단 점 반성 표시"
"무기징역으로 반성·참회가 상당"
유가족 측 "왜 재판부에 사과하나"

이틀 사이 중년 남녀를 연달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권재찬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권재찬의 범행을 계획적 살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주요 감형 이유를 밝혔고,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권재찬의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단기간에 연달아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충격적인 범행으로 유족도 엄청난 고통을 받았고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안이 중대함에도 범행을 일부 부인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범행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 사실을 찾기 어렵고 인간성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다만 "강도 범행을 계획했음은 인정되나 나아가 살인까지 계획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상태를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위는 계획적이 아닌 우발적 살인이라는 진술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자백하고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며 "최후진술에서 사형에 불만이 없고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한 점은 반성의 표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보기에도 사형에 처하는 게 정당할 만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지는 의문"이라며 "무기징역형을 부과해 기간 없이 사회에 격리돼 반성·참회하고 속죄하는 것으로 살아가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판결 직후 피해자 유족 측은 취재진과 만나 권재찬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 측은 "왜 재판부에 사과하나, 저희 유가족에게 사과해야지. 그냥 감형 받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요식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사들 머릿속을 들여다 보고 싶다, 왜 그런 판단이 섰는지"라며 "물론 억울함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사람을 3명이나 죽였다"며 탄식했다.

권재찬은 지난 2021년 12월 중년 남녀 2명을 연달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1년 12월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건물에서 A(50대·여)씨를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그의 체크카드 등을 이용해 현금 수백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날인 5일 오후 중구 을왕리 인근 야산에서 공범 B(40대)씨를 살해한 혐의도 있다.

권재찬은 A씨를 살해하기 전 B씨에게 "A씨 시신이 부패할 수 있으니 야산에 땅을 파러 가자"며 을왕리 인근 야산으로 유인한 뒤 B씨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경찰청은 당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사건이 법률상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권재찬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은 권재찬이 A씨를 살해하기 전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미리 알아냈고, 1100여만원 상당의 귀금속까지 빼앗은 점 등을 미뤄 금품을 노린 계획범죄로 판단했다. 또 범행 은폐를 위해 공범 B씨도 함께 살해한 것으로 봤다.

1심은 지난해 6월 "(피고인이) 강도살인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만기출소 후 3년8개월 만에 또다시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실히 살아가지도 않고 교화나 인간성도 회복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 사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권재찬에게 1심과 같이 사형을 구형했다.

권재찬은 최후진술에서 "사형을 받은 것에 만족한다. 살 의욕도 없고 사형이 내게는 의미가 없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죽을죄를 지었고 죽어서라도 용서를 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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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