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파행 면한 최임위…'동결이냐 인상이냐' 힘겨루기

'항의 퇴장' 노동계 복귀…최저임금 수준 본격 논의
최초안 놓고 이견 못 좁혀…법정 시한도 결국 넘겨
내달 4일 10차 회의 수정안 주목…의결까지 난항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노동계 복귀로 가까스로 파행을 면하면서 핵심 쟁점인 최저임금 수준 논의에 돌입했다.

그러나 시간당 1만2210원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올해와 같은 수준인 9620원으로 맞서는 경영계의 힘겨루기가 팽팽해 최종 의결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30일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최임위는 전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했지만,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전날은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으로, 근로자위원 위촉 문제에 항의하며 전원 퇴장한 노동계가 복귀하면서 본격적인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앞서 노동계는 올해 적용 최저임금(9620원)보다 26.9% 많은 1만2210원,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962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제시한 최초안의 차이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노사는 최저임금 요구안을 놓고 시작부터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 물가폭등, 실질임금 저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밖에 없다"며 "내수 활성화의 시작은 노동자 임금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지난 4년간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은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졌다"며 "월급 빼고 다 올라 이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노동계는 물가 상승을 이유로 들지만,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었다"며 "특히 26.9% 인상안이 과연 최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결론적으로 최저임금이 동결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인 영세 소상공인 등 저소득 계층이 오히려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동결을 거듭 주장했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자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1차 수정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날인 만큼 노사가 최초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위원장의 수정안 제시 요구는 부당하다고 반발하면서 수정안 제출을 거부했다.

노동계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법정 시한에 쫓겨 최저임금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밤 11시10분까지 마라톤 논의를 진행했지만 노사 모두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회의는 산회했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결국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박 위원장은 법정 시한을 준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노사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다수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최임위는 내달 4일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1차 수정안 제시 등 최저임금 수준 논의에 보다 속도를 낼 예정이다.

그러나 노사 간 요구안 격차가 현재 2590원으로 큰 상황이어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정안 제시에도 노사 요구안에 진전이 없다면 또다시 심의가 파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최저임금 수준 표결 시 중요한 '노사 동수 원칙' 문제도 남아 있어 향후 심의 과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고공 농성을 벌이다 구속된 근로자위원 위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노동계는 1명이 빠진 채 8명만 심의에 참여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와 관련 박준식 위원장에게 "노사 간 대등한 논의와 결정이 가능하도록 최임위의 공정한 운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진 반드시 심의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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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