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독성 은폐·우회상장 시도 등 담겨
1심 "허위사실 기재 있어…배상책임 有"
2심도 유지…"정정보도문 게재·위자료"
"업무 비판 감당해야" 위자료 액수 제한
언론단체들 "새로운 '재갈 물리기'" 비판
KT&G가 강진구(더탐사 대표) 전 경향신문 기자가 허위 보도를 냈다며 강 전 기자와 경향신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다만 법원은 KT&G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언론의 의혹 제기는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한다며 위자료 액수를 청구액의 10% 수준으로 제한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문광섭)는 KT&G가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7일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이번 항소심 재판은 양측 당사자 중 강 전 기자만 항소를 제기해 열리게 됐다.
재판부는 경향신문 지면 1면 및 인터넷 홈페이지 상단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피고들이 공동해 KT&G에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정정보도문 게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 완료시까지 하루에 100만원을 지급하라고도 명했다.
강 전 기자는 2020년 2월26일자 경향신문에 'KT&G 신약 독성 숨기고 부당합병 강행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KT&G가 신약의 독성 성분을 숨기고 자회사인 KT&G생명과학을 상장사인 영진약품에 합병한 뒤 KT&G생명과학을 우회상장 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사에는 합병을 위한 기업공개에 실패할 경우 KT&G생명과학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을 보전해주는 불법 이면약정이 있었다는 내용, 당시 합병에 반대하던 영진약품 사장이 해임되고 KT&G 본사 출신 인사가 사장 자리에 앉았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T&G는 해당 기사가 허위사실을 기재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강 전 기자, 편집국장, 경향신문사에 정정보도와 함께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8월 1심은 신약의 독성 여부는 여전히 입장차가 있는 문제여서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강 전 기자가 지적한 이면계약의 내용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이면계약'이라는 표현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KT&G 본사 출신 인사가 영진약품 사장이 됐다는 내용, KT&G가 신약의 독성을 숨기려 했다는 내용 등 역시 사실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강 전 기자 등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KT&G가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전환된 회사로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비판과 의혹 제기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KT&G가 청구한 위자료 2억원 중 1500만원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강 전 기자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항소심에서 해당 보도가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공익성을 인정하면서도 취재 과정과 특정 표현 사용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보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한편 KT&G는 이 사건 1심 과정에서 강 전 기자가 경향신문사로부터 수령하는 급여 2억원을 가압류한다는 법원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는 일반 기자들의 급여 약 3년 치에 달하는 액수다.
이에 당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는 성명을 내 '새로운 형태의 재갈 물리기'라고 비판하며 KT&G 소송 취소와 사과를 촉구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도 "언론을 괴롭히는 것이 목적인 소송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