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 전주환, 징역 40년→무기징역…2심 "포악하다"

스토킹하던 피해자 역사서 보복 살인
1심, 징역 40년·전자발찌 15년 부착
스토킹 혐의로도 징역형…2심 병합
2심서 무기징역…"보복범죄, 처벌 불가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주환(32)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이 사건 범행의 잔혹성과 치밀함에 비춰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2-2부(부장판사 진현민·김형배·김길량)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에게 11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행·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수법이 대단히 잔인하고 포악하며 피해자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끔찍한 육체적 고통 속 생을 마감했다"며 "사회에 미칠 영향, 범죄와 잠재적 피해 방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권고 형량 범위 등을 종합해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며 법이 보호하는 최고 권익"이라며 "피해자의 신고에 대한 보복을 동기로 재판 진행 과정에서 극악한 추가범죄를 연달아 저질러 참작할 사정이 없다"고 했다.

전주환은 지난해 9월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여자 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여성 직원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환은 A씨가 자신을 스토킹 등으로 고소하고, 당시 이 혐의로 징역 9년이 구형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전주환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15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전주환은 그에 앞서 A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열린 재판 1심에서는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항소심 재판을 거치며 두 개 혐의는 병합 심리됐다. 항소심에서 두 사건이 병합됐을 때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한 후 새롭게 형을 정해야 한다.

사건이 병합되면 통상 혐의별 형량을 단순 합산한 형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하기도 하지만, 재판부는 상당 시간을 할애해 범행의 잔혹성과 이에 따른 피해 사실을 낭독하며 1심보다 형을 높인 무기징역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살인 전 흔적이 남을 것을 우려해 헤어캡을 사고 위치추적 방지 앱을 설치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은 계획적이고 치밀하고 집요하게 이뤄졌다"며 "근무시간에 맞춰 직장까지 찾아가 살인을 했고, 인적이 드문 시간도 아닌 개방된 장소에서 저항하는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이 말리려 하자 화장실 문을 잠근 뒤 피해자를 과도로 깊숙히 찔러 결국 사망하게 했다"며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오로지 보복 목적으로 찾아 끝내 살인한 것은 수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과 분노, 슬픔을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1심 재판에서 반성문을 제출하면서도 구형으로 처벌이 현실화하자 스스로 처지를 비관해 피해자를 살해하는 극단적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보복 범죄는 형사사법 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 9개월간 비공개로 진행된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전주환에게 사형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환 측은 우울증 약물 복용 등을 감형 참작사유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심 선고 전 어머니가 사망하는 상황을 겪으며 유족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반성문을 제출하고 장기간 우울증 약 복용 등을 참작사유로 주장하지만 살인과 관련 있다는 내용은 없다"며 "전문가 의견에 비춰도 범행 당시 피고인이 판단 능력이 저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서는 "사형은 인간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것으로 문명국가에서도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무기징역도 생명을 박탈하지 않을 뿐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중한 형이기에 검사의 사유만으로 사형을 정당화할 사정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는 유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재판 도중 울음을 토해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모습을 나타낸 전주환은 이날 선고 직후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유족 측 대리인을 맡은 민고은 변호사는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장기간 수감을 통해 성격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징역 4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은 유족에게 상실감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범죄의 중대함과 피해자의 생전 엄벌 탄원, 시민들의 엄벌 탄원이 법원에 닿아 오늘과 같은 판결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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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