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소득이 낮은 학생일수록 방과 후에 부모보다 디지털 기기와 보내는 시간이 많고, 이 같은 차이가 원격·등교수업이 병행됐던 코로나19 시기 교육격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한국교육행정학회가 발간한 교육행정학연구 41권에는 '코로나19 시기 교육격차 실태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다.
안영은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서울교육종단연구 속 2021년 서울 중학생 4748명을 월평균 가구소득에 따라 300만원 이하 '하(473명)', 800만원 이상 '상(1560명)' 집단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가정 돌봄 수준과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가정 돌봄 수준을 나타내는 '보호자와의 관계' 척도는 소득수준이 높은 상 집단에서 5점 만점 중 4.19점을 나타낸 반면 소득수준이 낮은 하 집단은 3.96점에 그쳤다.
반면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더 많았다.
상 집단 학생들은 주중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으로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31.71%)을 가장 많이 꼽은 반면, 하 집단은 '2시간 이상 3시간 미만'(21.94%)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주말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 또한 '상' 집단은 '2시간 이상~3시간 미만'(23.61%), '하' 집단은 '4시간 이상 5시간 미만'(15.48%)으로 하 집단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더 많았다.
경제적 여건에 따라 공부를 대하는 심리와 정서 격차 또한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주도학습전략 중 '학습방법'은 하 집단 3.20점과 상 집단 3.52점, '학습노력'은 하 집단 3.33점과 상 집단 3.60점, '학습태도'는 하 집단 3.35점과 상 집단 3.54점 등 상 집단 학생들이 더 높았다.
반면 '과도한 걱정, 예민함, 정서적 고갈' 등 부정적 정서는 하 집단이 상 집단보다 높았다. 가령 '우울'(3점 만점)의 경우 하 집단이 0.70점으로 0.58점인 상 집단보다 높았다. '신체 수면상의 문제'(1점 만점)를 겪는 경우도 하 집단이 0.21점으로 0.15점인 상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소득수준에 따른 학업 성취도 격차도 뚜렷했다.
상 집단의 국·영·수 역량점수는 각각 18.38점, 22.81점, 18.97점으로, 하 집단이 기록한 13.54점, 15.56점, 11.94점보다 모든 과목에서 높았다.
연구진은 원인 분석을 위해 서울 지역 학교장·교사·장학사 9명과 초점집단인터뷰(FGI)를 실시했다.
FGI 전문가들은 "가정 배경이 좋은 학생들은 가정으로부터 더욱 다양하고 양질의 교육활동 지원을 받게 되지만, 가정 배경이 좋지 못한 학생들은 혼자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많고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시간도 더 많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맞벌이로 인해 자녀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가정은 자녀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적절히 개입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디지털 기기를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게임이나 채팅 등 학습과 동떨어진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을 오히려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교육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한 학생이 기기 활용을 통해 흥미를 느끼고 학습할 수 있도록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로 상담 콘텐츠가 함께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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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