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 중 한번이라도"...미호강 범람, 충북도·청주시에 수차례 경고 '무시'

15일 행복청·감리단장, 대피·방송 요청… 상부 보고도 '안해'
충북도 "전화를 받은 직원이 참고용으로 여긴 것 같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일인 15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에서 충북도와 청주시에 미호강 제방 붕괴에 대해 전파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충북도와 청주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8차례, 감리단장 4차례 총 12차례 각 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미호강 상황 설명과 함께 대피와 방송 등을 요청했다.

최초 미호강이 넘칠 것을 확인한 감리단장은 오전 6시 14분, 20분, 33분 등 3번에 걸쳐 청주시 민원 콜센터에 전화해 대피 준비 방송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때 감리단장은 오전 6시 26분, 행복청 사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최초로 미호강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행복청은 6시 29분 청주시 하천과, 6시 31분 충북도 자연재난관리과, 6시 57분 흥덕구청 건설과에 이를 알렸다.

또 오전 7시 1분(청주시 하천과), 7시 2분(충북도 자연재난과), 7시 19분(청주시 도로시설과), 7시 56분(오송읍사무소), 7시 58분(충북도 자연재난과)에도 전화를 했다.

결국 최초 청주콜센터 신고 후 1시간 40여분 동안 감리단장과 행복청이 총 12차례 충북도와 청주시에 상황을 알렸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후 40여분 뒤인 오전 8시 40분께 궁평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만약 12차례 상황 전파 중 1번이라도 바로 조치가 있었더라면 침수 사고를 막을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충북도는 행복청의 경고에도 팀장과 과장 등 지휘체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궁평2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에도 아무런 전파가 없었다.

충북도 재난 주무부서가 행복청의 위험 경고를 뭉개는 사이 미호강 미호천교 임시 제방은 오전 7시58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붕괴한 제방을 타고 온 강물은 오전 8시 40분께 300~400m 거리의 궁평2지하차도로 흘러들었고, 40분~44분 사이에 6만t가량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완전 침수됐다.

충북도 자연재난과 팀장은 “전화를 받은 직원이 참고용으로 여긴 것 같다”며 “당시 동시다발적으로 재해 상황이 터져 경황이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발생 나흘 뒤인 지금까지도)도로관리사업소로 전화 받은 내용을 전파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당초 충북도는 금강홍수통제소의 전화를 받은 청주시 흥덕구청이 관련 내용을 전파하지 않아 정확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행복청의 직접 통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체 부실 대응과 책임 전가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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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