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교도소 다녀왔는데" 학부모 전화까지...교사들 '교권침해 미투' 나섰다

경기교사노조, 사흘간 웹사이트 통해 교사 1228명 사례 접수
교사들 "악성민원 대응체계 즉각 마련해달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으로 교권 보호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에서 '교권침해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접수 3일 만에 1600건이 넘는 교사들의 사례가 올라오면서 학부모들의 밤늦게 술을 마시고 걸려오는 전화나 부적절한 수행평가 점수 변경 요구까지 각종 천태만상 경험담이 공개되고 있다.



24일 교사노동조합연맹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패들렛'(콘텐츠 공유 웹사이트)에 '교육을 죽이는 악성민원, 교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아동학대 무고, 이제 이야기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자 교사 1228명이 1665건의 교권 침해 및 악성민원 사례를 등록했다.

노조 측은 조합원 교사들에게 이같은 사례를 올려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안내했는데,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타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교사들도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속속 올리고 있다.

A교사는 교도소를 다녀왔고 깡패 일도 했다는 알콜중독 학부모가 아침부터 자정까지 술을 먹고 지속적으로 문자메시지와 유선전화를 걸었다는 사례를 공개했다.

특히 A교사는 이같은 연락을 피하면 해당 학부모로부터 "왜 담임이 책임을 다하지 않냐"는 추궁과 함꼐 교사 인상착의를 읆으며 학교로 찾아가겠다는 협박도 당했다고 전했다.

B교사는 남자 학부모가 술을 마시고 밤늦게 전화해 "내가 아내와 이혼했는데, 아직 아내를 사랑한다"며 "아이 엄마에게 잘 말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게시했다.


C교사는 다른 학부모가 만취 상태로 전화해 "니 이름이 뭐냐?" 등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했는데, 학부모 전화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어 이를 받았다는 민원도 올렸다.

D교사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놓고 자신의 자녀 입장에서 처리하지 않고 매뉴얼 대로 진행한다는 이유로 고소를 하겠다는 학부모 폭언을 들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E교사는 특목고에 진학해야 하는 자녀의 수행평가 점수를 올려달라는 부적절한 요구를 받았다. 만일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교육청에 신고하겠다는 협박도 들었다.

경기교사노조는 이러한 민원에 교사들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경우를 막으려면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체계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교육부 고시'에 명시된 교육활동 침해 행위 유형에 ‘악성민원에 의한 교사 인권 침해’, ‘상담 중 이뤄지는 폭언, 욕설’을 추가해야 한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또 아동학대 고소가 남발돼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지도가 위축되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아동학대 무고 대응 및 지원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육당국은 무거운 책임과 날카로운 압박으로 시름하는 교사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교육주체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교권보호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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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