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은 안 돼"…충북 정치권 오송 참사 시각차 뚜렷

특조위 거부 충북도의회 여당 "상임위 활동으로 대체"

충북도의회 운영 주도권을 쥔 국민의힘이 야당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요구를 거부했다.



2일 의장단·상임위원장 회의를 연 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제안한 특조위를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황영호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행정사무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도의회는 피해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야당 도의원들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밝히는 일을 늦출 수 없다"면서 "도의회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오송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를 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12명)이 발의하고 본회의에서 과반수가 동의해야 특조위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의석은 7석에 불과해 독자 추진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황 의장은 "(도 집행부와) 도정을 함께 이끌어 온 도의회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진상 규명은 검찰에 맡기고, 지금은 사고 수습과 예방 대책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실규명을 빙자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정쟁 시도는 단호히 배격할 것"이라는 오송 참사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민주당 등 야권의 공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국민의힘 충북도당도 이날 민주당 도의원들을 겨냥한 성명에서 "대형 참사가 나니 민주당만 신났다고 한다"며 "진정 도민을 위한다면 진상조사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지금도 폭우 피해로 신음하는 도민을 위해 공직자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라"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도 같은날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정 발목잡기와 선동 정치를 중단하라"고 민주당 등 야권에 요구했다.

수적 열세로 특조위 구성이 무산된 민주당 도의원들은 "도의회가 집행부를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추모만 하고 있다면 충북도민이 결코 도의회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달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민주당 도의원들은 도의 부실한 재난 대응 체계와 참사 전후 김영환 충북지사의 행적 등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