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아래 '미지의 공간', 40년 만에 공개…활용 방안 공모

시청역·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길이 335m
언제, 무슨 용도로 만들어졌는지 밝혀지지 않아
서울시, 8일~23일 매주 금·토 시민들에게 개방
내달 10일까지 공간 활용 아이디어 시민 공모전

 서울광장 13m 아래 숨겨져 있던 1000여평(3182㎡)의 지하공간이 40년 만에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폭 9.5m, 높이 4.5m, 총 길이 335m로 전국 최초 조성된 지하상가 아래, 지하철 2호선 선로 위쪽에 위치하는 이 공간은 언제, 무슨 용도로 만들어졌는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장소다.

시는 시청역-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의 이곳이 높이가 다른 지하철 2호선 두 역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8일부터 23일까지 해당 미개방 공간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40여 년 전 공사 후 남겨진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공개해 숨은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민들로부터 직접 제안 받는다. 서울의 심장부에 위치한 공간인 만큼 시민들의 바람을 담아 용도를 정하고 활용한다는 의미다.

지하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숨은 공간, 시간 여행: 지하철 역사 시민탐험대'는 개방 기간 동안 매주 금~토, 하루 4회(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3시, 오후 5시) 진행된다. 탐험 코스는 서울시청 시민청→시티스타몰→숨은공간→시청역→도시건축전시관 코스다. 참여 인원은 안전을 고려해 회당 10명 내외로 한정하며 소요시간은 총 1시간이다.

참여 시민들은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서 지하공간 탐험 배경과 안전교육을 받고 서울 최초 지하상가인 시티스타몰과 을지로입구역을 통과해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한다.

모든 탐험에는 해설사가 동행해 공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티스타몰(구 새서울지하상가)은 1967년 서울 최초로 조성된 지하상가로 시내 지하공간 변화의 신호탄이었다는 내용, 지하철 선로와 역사 내 상가가 연계되는 구조로 2호선이 개통(을지로입구~성수 1983년)되면서 새서울지하상가(1967년)와 을지지하상가(1977년)가 을지로입구역으로 이어져 전국에서 제일 긴 지하상가가 됐다는 내용 등을 소개한다.


이날 취재진에 공개된 해당 공간은 흡사 긴 터널을 연상케 했다. 빛이 들지 않아 어두웠지만 전체적으로 틈틈이 관리가 된 느낌이었다.

이재원 도시건축정류소 대표는 "대중들에게 공개가 안 됐을 뿐 공간을 인지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먼지가 적고 물이 샌 곳이 없는 것도 그동안 유지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하공간 위로는 지나는 근대 배수로 때문인지 동굴에서나 발견되는 종유석도 목격됐다. 4~6분 간격으로 80데시벨에 가까운 2호선 지하철 통과 소리와 진동 또한 느껴졌다.

참여신청은 오는 6일 오전 9시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yeyak.seoul.go.kr)에서 하면 된다. 신청마감이 안 된 회차에 한해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이번 사업은 지역특성과 트렌드를 반영해 지하철역 자체를 도심 속 명소로 만드는 '지하철역사 혁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지난 1월 발표한 해당 프로젝트는 이동수단으로 하드웨어적인 역할을 소화 중인 지하철역을 이용객은 물론 시민, 관광객들이 즐기고, 쉬고, 머물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혁신프로젝트 시범사업은 ▲역 전체를 러너(runner)스테이션으로 조성하는 여의나루역 ▲MZ세대 거리문화(street culture)성지로 변화하는 신당역 ▲이색스포츠 체험이 가능한 공간 문정역과 시청역 등 총 4곳에서 이뤄진다.

이번 지하공간 공개와 함께 공간 활용의 시민 아이디어를 모으는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지하철역사 상상공모전'이 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다.

시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서울광장과 지하공간의 창의적 수직 연결 ▲시청역~숨은공간~을지로입구역의 효율적 수평 연결 ▲독창적 지하공간 조성 등 시민들이 최대한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공간 활용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당선작은 사업 현실화를 위한 심화기획 등을 통해 공간 조성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상상조차 못 했던 서울광장 아래 지하공간을 눈으로 확인하고 걸으면서 도심 속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며 "시청역을 비롯한 도심 속 지하를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공간으로 조성해 서울의 새로운 매력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지현 서울시 비전전략수석은 "지하철 수송 시스템은 세계 1위이지만 인프라적 공간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시민들이 느끼실 수 있도록 지하철 공간을 찾으려는 것"이라면서, "특히 시청역은 (혁신 프로젝트 4곳 중) 유일하게 시민 공고를 받는 곳이다. 워낙 상징적인 곳인데다 광장과 연결되기에 우리가 함부로 결정하기 어려워서 이번 기획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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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