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임원 해임 요구…"취지 왜곡"

산하 기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결과 발표
"회계부정 및 기념 취지 왜곡" 임원 해임 등 요구
사업회,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 행사' 후원 논란

행정안전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사업회)'가 국고보조금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등 회계 부정을 저질렀으며, 민주화운동 기념의 취지를 왜곡했다며 사업회의 임원 해임 등을 요구했다.



사업회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는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임에도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를 내건 행사를 후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행안부는 사업회가 주관하는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사상 처음으로 불참하는 등 파장이 일었고, 사업회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섰다.

행안부는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사업회의 국고 보조금 집행 실태 등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7월3일부터 14일까지 사업회의 국고보조금 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회는 민주화 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민간단체와의 협력 사업에 있어서 행사 주최 단체 선정 및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6·10항쟁 기념식 등 국가적 행사에서 그 취지가 왜곡되고 치우치는 논란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사업회가 민주주의 연구보고서, 각종 자료집 등에 과격하고 편중된 내용을 수록해 사업 취지와 목적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민주주의대상 수상자를 선정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진행 중인 일명 '노란봉투법' 제정 운동,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운동 등을 민주주의 공적으로 인정해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 및 관리 부실도 지적했다.

고 차관은 사업회가 민간단체에 지원한 예산 집행실태를 감사한 결과, 2020년부터 올해까지 14개 단체에게 50차례에 걸쳐 2억6000만원을 중복해 부당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6.10민주항쟁 기념사업 등 같은 사업에 대해 지자체로부터 총 24억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일부 단체는 증빙서류를 조작해 지원금을 수령하는 등 회계 부정행위도 발생하고 있었는데 사업회는 이를 전혀 걸러내지 못하는 등 국고보조금 관리가 심각하게 부실했다"고 했다.

기관 운영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사업회가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목적 외로 신규 인력을 채용했고 직제에 반영하지 않은 조직을 임의로 운영하는 등 조직과 인력을 부당하게 관리했다고 했다.

근무시간 중에 이루어진 겸직 활동과 대학원 수강을 출장으로 처리하거나, 임의로 특정 단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반경쟁 원칙을 위반해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고도 밝혔다.

고 차관은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따라 "사업회의 국고보조 사업을 전면적으로 구조조정하고 경영책임이 있는 상임이사 등 관리 책임자를 엄중 문책했다"며 "사업회의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행안부는 경영책임이 있는 상임이사 등 임원 2명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사업회에는 예산을 낭비하고 조직·인력을 부당하게 운영한 담당자에 대해 문책하는 한편 지원금 부당 수령, 허위 증빙서류 제출 등 부정행위에 대해 지원금 환수, 사업 참여 제한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업회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중복 수령한 민간단체 관련 자료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해 지방보조금 집행 실태를 철저히 감사하도록 하고 지방보조금법 등에 따라 강력히 제재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회가 공공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면서 민주화 운동 기념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곳은 예외 없이 철저히 관리해 국가보조금 등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재곤 행안부 사무관은 사업회가 노란봉투법 제정과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운동을 한국민주주의 대상 수상자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노란봉투법 등은 현재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안"이라며, "현실 정치에서 이렇게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한쪽 입장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또 사업회가 행안부 산하기간이 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감사인지에 대한 질문에 심 감사관은 "그 동안은 3년 주기로 회계집행 위주의 감사를 했지만, 이번에는 본연의 업무인 민주화운동 기념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해 점검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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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