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폭주·제1야당은 자중지란
"민생회복 위해 여·야 간 협치해야"
양당정치 폐해 극복·대안세력 관심
정치권을 향한 올해 광주·전남지역 추석 민심은 여·야의 끝 간 데 없는 정쟁에 민생이 실종됐다며 그 어느 때보다 싸늘했다.
광주·전남이 더불어민주당의 본산이지만 당 내 자중지란으로 제1야당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지적과 함께 양당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많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민주당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은 3일 "지역민들이 예년 추석 명절보다 상당히 어렵고 힘들어 했다. 농촌은 봄 냉해, 여름 폭서·폭우 등의 재해로 생산과 소득 감소까지 이어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섬지역은 주민 이동권 보장 확대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로 위축된 시장 활성화에 걱정과 불안이 많았고, 본격적인 쌀 수확기를 앞두고 정부 비축과 수매물량 가격에도 관심이 많았다"며 "정부 여당의 폭주와 제1야당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민주당의 각성과 분발 촉구도 상당했다"고 지역민심을 전했다.
광주시의회 운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강수훈(서구1) 의원은 "민생과 미래가 없는 정치, 역대급으로 무능한 정부 여당, 힘없는 민주당과 야당들에 대한 실망감이 컸고 '어렵다 어렵다' 했지만,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이미 휘어진 허리는 부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고 임계점에 다다른 민심을 진단했다.
강 의원은 "감옥 다녀온 이명박,박근혜가 재등장하고 국민들로부터 선출된 적도 없는 검찰과 사법부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려드는 나라꼴을 보면서 '10년 전 사람들이 나오고, 20년 전에나 볼 법한 뉴스가 나오는데, 물가나 그때로 돌려놓아라'고 울분을 토하는 분들도 적잖았다"고 심각함을 대변했다.
민생 회복을 위해 당장 여·야가 협치를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은 "전남도의 지역 예산이 증가하고 나로도 우주산단 등 국가산업단지가 지정돼 여당인 국민의힘 전남도당의 역할에 기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여당이 제1야당과 협치를 하지 않아 불안하다는 우려도 공존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불가피 함에도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는 반복된 정치에 피로도를 호소했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문제는 사법부에 맡기고, 오직 민생 회복을 위해 여당과 정부가 전념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갑)은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 결정은 윤석열 검찰 정권이 그동안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해 부당하게 '사법적 폭력'을 행사한 것을 반증한 것으로, 이에 대해 민심이 분노하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진영을 재정비해 '강한 민주당'으로 거듭나 한동훈 법무장관 탄핵, 대법관 인준 부결, 국방부장관 임명 철회를 실현하고, 힘겨운 민생을 살펴달라는 주문 역시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정모(광주 동구·56)씨는 "IMF 이후로 몇 차례 고비가 있긴 했지만 올해는 유난히 힘들다"며 "자영업자들이 폐업이나 전업 걱정 없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 정쟁보다는 민생에 더 신경써 줬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거대 양당 체제의 구조적인 정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3당 등 새로운 대안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 데 오히려 정치가 국민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정치인들의 자질 부족도 크지만 3류 정치를 부추기는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도 크다"며 "이제 87년 체제를 끝내고 집단지성의 시대에 맞는 권력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양당 독과점 진영정치를 경쟁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 전 시장은 "지금 국회에 그런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지금은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제3지대 혁신신당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차선책"이라며 "양당의 인물 영입과 혁신 추진 등 선거용 눈속임에 장단 맞추면 총선 종료와 함께 또 다시 증오와 탐욕의 정치로 회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보당 소속 박형대 전남도의원(장흥1)은 "명절 때마다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중앙 정치권이 지역 주민의 삶과 괴리되면서 정치 효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주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바라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고 말했다.
정의당 소속 김미경 전남도의원(비례대표)은 "서로 헐뜯으며 국민의 안전도 나몰라라 하는 정치때문에 아예 무관심이라고 한다. 진보정당이라고 달라질 게 있냐고 한다. 가슴이 뜨끔하다"며 "그럼에도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뼈 속 깊이 박혀 있는 양당 체제의 뿌리를 진보정당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광주지역 50대 교사 김모씨는 "학부모 갑질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인한 민생 또한 팍팍해지고 있다고 여기저기 아우성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국비 반영도 광주는 소외감을 느낄 정도인 것 같다"면서 "그래선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시발전을 위해 예산을 보다 잘 끌어올 수 있는 후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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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곡성 / 양성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