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험지 출마 무반응에 "매 맞을래" 과격 발언
당 공천 논의 과정에서 '이준석 신당' 변수 가능성
여권 성향 창당에 당내 우려도…"50석 날아갈 것"
현재 여권발 정계 개편은 '보수 텃밭'인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신당 추진에서 시작되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영남권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현역 의원 합류를 시사했다. 이에 맞서 여당 혁신위원회가 영남 중진들의 험지 출마와 함께 해당 지역의 청년 공천을 함께 요구하며 '이준석 신당설'에 맞불을 놓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 혁신위는 당 지도부·중진·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의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 권고를 정식 안건으로 당에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2호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해당 내용을 정치적 권고 사안으로 제시했는데, 당내 반응이 열흘이 지나도 없으니 조만간 조치를 취하겠다는 거다.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내뱉으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 관한 질의에 "(이를) 역행하는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이런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 3선)은 전날 지역 외곽 조직인 '여원 산악회'의 기념식을 대규모로 개최하면서 세를 과시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버스 92대에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혁신위 요구를 에둘러 거절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혁신위발 거취 압박에 선을 긋는 영남권 중진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 3선)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발언했고,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 5선)은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의 과격 발언도 이러한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혁신위가 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당에 정식 건의할 경우 논란은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르면 이번 주 보고되는 '3호 혁신안'과 함께 묶여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절반을 45세 미만으로 채우고, 서울 강남·영남권 등 '보수 텃밭'에 청년 후보를 내자는 게 골자다.
당 지도부와 총선기획단의 논의 과정에서 '이준석 신당'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과 영남권 출마를 연일 띄우고 있다. 특히, 대구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비만 고양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면서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 전 대표는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비롯한 여당 현역 의원들의 합류 카드까지 손에 쥐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신당을 만들면 합류할 여당 현역 의원이 있나'라는 취지의 질문에 "당연히 그런 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경북이나 대구를 바탕으로 (창당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여권 성향 신당에 대한 당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신당은 국민의힘 후보 표를 잠식해 1000여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과 부산 등 영남지역에서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준석·유승민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준석, 유승민이 우리와 함께 하지 않고 다른 길로 갈 경우 (여당에서) 40~50석 이상이 날아갈 수도 있다. 100석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결국 당 입장에서는 영남권 전략 공천으로 이준석 신당에 대응할지, 기존 현역 의원들에게 맡길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영남권 청년 전략공천은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이준석 신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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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