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리도카인' 유죄 판결…의협·한의협 갈등 재점화

"한의사 전문의약품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
"환자 통증 경감 위해 보조적 사용 허용해야"

봉침액(벌침액)에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주사액을 혼합해 환자의 통증 부위에 주사해 무면허 의료 행위로 기소된 한의사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두고 의사단체와 한의사단체 갈등이 재점화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 행위라는 것을 법원이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환자의 통증 경감을 위해 리도카인을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의협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제27조에 의거해 의사는 의료 행위를, 한의사는 한방 의료 행위만을 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한의사인 피고인이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행위의 한 방법으로 한약 및 한약제제 이외의 일반의약품 및 전문의약품을 처방·조제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라고 밝혔다.

약사법은 제2조의 제4호에 의약품을, 제2조 제5호에 한약을, 제2조 제6호에 한약제제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약리작용 또는 적응증, 투여 경로의 특성, 용법·용량을 준수하는 데 전문성이 필요하고, 부작용 우려 등을 이유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시·감독에 따라 사용돼야 하는 의약품으로 규정돼 있다. 약사법 제23조에는 약사와 한약사만이 각각의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도록 규정돼 있고, 예외적으로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약사법 부칙 제8조의 경우에만 한의사가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의 경우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해 3월 대법원 판결에서도 한의사는 약품이 한의학적 입장에서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에 따라 품목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그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수 있고, 서양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에 따라 품목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이를 처방·조제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의사들이 전문의약품 사용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등 면허된 것 이외의 행위로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한의사들이 이번 판결을 숙지해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를 이어가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 건강권에 위협이 되고 있는 한의사들의 무면허 의료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의협은 "침 시술 시 발생하는 통증을 줄일 목적으로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에게 벌금형을 내린 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항소심에서는 국민의 진료 편익성을 고려한 판결이 내려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입장문을 내고 "현재 한의사가 사용하는 한약(생약)제제 중에도 전문의약품이 있다”면서 “의약분업을 바탕으로 한 의료법과 약사법의 전문의약품 규정에서 의약분업 대상이 아닌 한의사가 처방 주체에 빠져 있어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침 치료와 같은 한의 치료 시 환자의 통증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리도카인과 같은 전문의약품을 한의사가 진료에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합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최상의 한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항소심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3월 전국의사총연합은 리도카인을 약침에 섞어 사용하는 한의원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에 고발했다. 제보 내용의 골자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한 한의사가 리도카인 주사액과 봉침액을 혼합해 환자의 통증 부위에 주사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9월 검찰은 벌금 8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다. 한의사의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사용을 불법 무면허 의료 행위로 판단했다. 하지만 처분에 불복한 한의사는 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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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윤재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