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전산망 사흘 만에 가까스로 정상 작동
오작동 원인 파악 아직 오리무중…재발 방지는?
野, 尹대통령 사과 요구 및 이상민 장관 경질론
사흘간 먹통이 됐던 정부 행정전산망이 지난 20일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전산망 셧다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복구 후 첫 평일 업무가 시작된 날 정상화되면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일단 가슴을 쓸어 내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사태 발생 수 일이 21일 현재도 행안부는 행정망 오작동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재발방지책도 마련하지 못해 논란은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 경질과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는 등 향후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이번 사태의 원인 규명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행안부는 행정전산망 '새올'의 인증시스템 중 하나인 네트워크 장비 오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네트워크 장비인 'L4 스위치'가 오류가 생기면서 사용자 접속 장애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지난 18일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해 행정망을 복구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왜 L4스위치가 오작동 했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L4 스위치를 바꿔 끼우는데 1~2시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행정망처럼 중요한 국가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네트워크 오류에 대비한 백업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재발을 막겠다며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만들었고, 그 핵심은 백업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운영하는 전산망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는데 백업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행안부는 백업시스템이 있었지만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장비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장비를 이중화(백업)해서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당일에는 이중화 돼 있는 두 개의 장비가 순차적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날 시스템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행정전산망 관련 서버의 보안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했는데, 주말이 아닌 이용자가 많은 평일에 업데이트 작업을 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또 행정전산망을 유지 관리하는 업체가 IT중소업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은 정부 공공 IT프로젝트에 참여가 제한돼 IT중소업체가 행정전산망의 유지 관리를 맡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 이동이 잦아 이번 경우처럼 긴급사태 발생 시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맡았다고 프로젝트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은 전문 인력 이직이 잦아 시스템 사고가 터지면 투입하는 인력이 대기업에 비해서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행안부의 미숙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국가 행정전산망 올스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사흘 넘게 지속됐지만 시민에게 재난 문자메지시조차 발송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미국 출장 중이던 이 장관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 장관의 경질과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자체 공무원 행정 전산망인 '새올'과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 '정부24'가 지난 17일 잇따라 올스톱되며 공공기관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정부24가 18일, 새올이 19일 각각 복구됐고, 평일 첫날인 지난 20일 정상 가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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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