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스쿨존 만취운전' 항소심서 징역 5년으로 감형

만취상태 스쿨존서 초등학생 치고 이동
1심 징역 7년서 감형…法 "상상적경합"
2심 "엄벌해야지만 양형 합리성 필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음주운전으로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39)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유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 것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지인들의 선처 탄원과 범죄전력 등을 고려하면 재범 위험성은 낮다고 보인다. 범행 동기와 정황, 가족관계 등을 모두 고려해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서 A씨의 형이 낮아진 데는 재판부가 범죄 공소사실과 관련해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상상적 경합이란 한 개의 범죄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뜻한다. 형법 40조는 이 같은 경우 가장 무거운 범죄에 대해 정한 형으로 피고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하나의 운전행위로 1명이 사망하면 각각 범죄행위가 성립하지만, 이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것"이라며 "원심은 이를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법리 오해가 생겼고 당심에서는 하나의 죄로 처벌해 (형이) 낮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부터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왔고 스쿨존 사고는 엄벌에 처해 근절할 필요가 크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도 양형은 피고인 개인의 죄책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범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관련 유족의 피해회복을 위한 공탁금을 기탁했지만 유족 측이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공탁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4시57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씨가 B군을 충격한 순간 차량이 흔들렸고 사이드미러 등을 통해 A씨가 사고를 인식할 수 있었지만, 그대로 차량을 몰아 도주해 사고를 당한 B군이 방치됐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1심 결심에서 유족 측이 엄벌은 탄원하고 있는 점과 예방적 효과를 고려해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1심은 "피고인이 현장에 돌아와 체포 전까지 현장을 떠나려 하지 않았고, 자신이 가해자임을 밝히고 음주 측정에도 응했다"며 A씨의 도주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어진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은 A씨의 도주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게 부당하고, 피해자 측과 합의도 되지 않았다며 징역 7년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가 사고현장에 돌아온 직후 운전 사실을 알렸고, 경찰에 체포 이전까지 피해자 주변의 자리를 지킨 점 등을 근거로 도주 고의성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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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