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찔끔 주니까 수사 무마 안 돼, 검경 브로커가 목돈 요구"

10~15억 요구해 단기간에 건넸다 법정 증언

형사사건 브로커가 사건 무마용으로 가상자산 투자 사기범에게 거액을 받아 챙길 때 목돈을 요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브로커는 수사기관 접대·청탁비로 10~15억 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사기범은 단기간에 로비 자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형사 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5일 202호 법정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브로커 성모(61)·전모(63)씨에 대한 세번째 공판을 열었다.

성씨와 전씨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 사이 가상자산 투자 사기범 탁모(44·수감 중)씨에게 수사 무마 또는 편의 제공 명목으로 22차례에 걸쳐 18억 5450만 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성씨와 전씨는 검찰·경찰에 입건된 탁씨에게 "수사기관 고위직 청탁을 통해 구속되지 않게 해주겠다. 사건을 불기소 처리(혐의 없음)주겠다"며 인사·청탁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탁씨는 당시 가상자산 자동 매매 프로그램, 인공지능·자동차 관련 가상자산 관련 투자, 주식 매매 등을 미끼로 수백억대의 사기 행각을 벌여 여러 수사기관에 입건됐었고, 사건 무마를 위해 브로커 성씨 등에게 매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정에서는 탁씨와 탁씨 친동생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렸다.

검사는 탁씨에게 '로비 자금 전달 경위와 동기'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브로커 성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서다.

탁씨는 "성씨에게 수사 무마 명목으로 2020년 12월 9일·22일·27일에 각각 1억·5억·5억 등 11억 원을 건넸다. 성씨는 검경 고위 간부, 동향 국회의원 비서관들과 주점에서 자리를 하고 있을 때 또는 골프를 칠 때 인사비를 가져오라고 했다. 로비 자금은 가상자산을 환전해 마련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성씨는 '돈을 찔끔찔끔 주니까 (수사 무마)일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목돈을 주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수사기관 고위직에 청탁하려면 골프 접대비 등으로 10~15억 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성씨가 과거에 수사 편의(체포영장 집행 조사 뒤 석방 등)를 봐준 적 있고, 검경 인맥이 넓어 (향후 수사 무마에도 힘을 써줄 것으로) 믿고 돈을 줬다"고 말했다.

로비 자금 전달 방법에 대해서는 "여행용 가방에 돈을 담은 뒤 동생을 통해 성씨 자가용 트렁크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탁씨는 또 "성씨가 사건 무마를 제대로 하지 못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고, 이 과정에 로비 자금으로 쓰고 남은 돈을 돌려달라고 한 바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아울러 "(자신이 2021년 가상자산 투자 사기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성씨가 광주지검장 출신 변호사를 자신과 상의 없이 선임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성씨의 법률 대리인은 로비 자금 일부를 받지 않았다며 혐의 일부를 다투는 취지로 탁씨를 신문했다.

성씨와 전씨의 결심공판은 다음 달 11일 열린다.

검찰은 탁씨가 줄곧 구속되지 않았던 배경에 성씨의 청탁과 로비가 있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성씨의 수사·인사 청탁 비위 연루자 중 광주지검 목포지청 6급 수사관 심씨(수사 기밀 유출), 서울청 전 경무관 장씨(수사 무마), 전남청 전 경감 이씨(인사 청탁) 등 3명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전현직 검경 간부 등이 수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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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