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맞아 부산지역 대학생 잇단 '서울의 봄 대자보'

군사반란 사태 담은 '서울의 봄', 학생들 분노 표해
부경대는 대자보 제거

전두환, 노태우 등이 이끌던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가 일으킨 군사 반란인 12·12사태가 일어난 지 44년이 되는 12일 오전 부산지역 대학교에는 '서울의 봄 대자보'가 잇달아 게시됐다.

이날 금정구 부산대학교 학내 게시판에는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며'를 제목으로 한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를 내건 부산대 행정학과 오모씨는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분노와 슬픔, 답답함 등 여러 감정이 들었다. 신군부라는 자들이 하나회라는 사조직을 동원해 권력을 찬탈하려는 그 권력욕에 분노스러웠다"며 "이런 자들이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차지했다는 것이 얼마나 치욕스럽고 분노스러운 역사일까요"라고 밝혔다.

오씨는 또 "그렇다면 지금은 봄이 왔을까요? 군사 독재를 한 전두환, 그리고 검찰 독재를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국민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위하는 모습이 닮아 있다"며 "자신에게 반대하는 목소리는 탄압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은 전부 거부하는 모습이 독재가 아니면 무엇일까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독재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것이 영화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찾아오지 않은 그 봄을 되찾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대자보를 지켜보던 금정구 주민 박모(60대)씨는 "저도 영화를 봤지만, 젊은 학생들이 이렇게 12·12사태를 두고 분노하는 것에 동감한다"며 "영화를 통해서라도 앞선 역사를 되뇌며 지나간 현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남구 부경대 교내 게시판에도 '실패하면 반역, 승리하면 혁명이라고요?'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부경대 패션디자인학과 왕모씨가 쓴 해당 대자보에는 "1979년 전두환은 '반역 행위'로 군부독재 시대를 열어냈고, 영화 속 그날의 역사는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며 끝이 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의 역사를 '성공한 혁명', '승리의 역사'라 보지 않는다"며 "수많은 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불의의 역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적혀 있다.

그는 "영화를 보며 터질듯한 분노와 가슴 한편 답답함이 느껴진 이유는 그때의 불의한 권력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 때문일 것"이라며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역사를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대자보는 이날 낮 12시께 부경대 관리부에 의해 제거됐다. 부경대 관계자는 "교내 게시판에 부착되는 게시물은 학생과에서 인가를 받은 뒤 부착되는데 해당 대자보는 인가를 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며 "기존 규정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제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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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