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둑 살인' 60대 피고 결백 주장…검찰 징역 20년 구형

함께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두던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법정에서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11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68)씨에 대해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A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5년간 보호관찰 명령 등도 함께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피고인(A씨)은 여전히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과거 상해치사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적이 있고, 수회 폭력 전과도 있다. 범행에 대해 진지한 반성이 없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당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사람(B씨)이 죽어있고 해서 너무 무서웠다. 핸드폰을 찾다가 윗층 주인집에 올라가 신고 좀 해달라고 했다"며 "그날 제가 마당에서 시끄럽게 기계를 쓰는 바람에 미안해서 B씨에게 막걸리를 사다 드렸다. 그런데 B씨가 저한테 형님같은 분은 처음 봤다고 술 한잔 마시자고 했고, 1년 만에 처음으로 같이 소주를 먹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제3자의 출입을 배제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제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은 주거지 앞 도로만 비추고 있으며, 주거지 건물 뒷쪽 논이나 밭, 주차장 등을 통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피고인이 B씨를 살해했다는 주장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CCTV 사진과 건물 주변 출입로 등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 범행 도구인 흉기에는 피고인과 B씨의 지문밖에 없다"며 "당시 누군가 출입했다면 주변 소리가 잘 들리는 건물이기 때문에 거주자들이 느꼈을 것"이라며 "제3자가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고 B씨의 혈흔을 피고인 의복에 묻히고 도주하는 건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과한 추측"이라고 반문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8일 밤 서귀포시 소재 자신의 거주지에서 옆집에 사는 피해자 B씨와 바둑을 두던 중 흉기로 B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씨는 이날 오후 8시께 B씨와 서귀포시 한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마신 뒤 자신의 집으로 함께 이동해 또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2월 중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