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법원, 1000억대 사기사건 부실수사 일부 ‘공소기각’

“자료 수집 시간 소요 이유 수사 제대로 안 해” 판단
350억대 자금세탁만 인정…조직원 2명 징역 5~6년 선고
제주지검 “계속 수사 중…피해 상황 특정 공소장 변경”

1000억원대 투자리딩사기 사건과 관련해 일부 공소장이 휴지조각이 됐다.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본 법원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강란주 판사는 지난 16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징역 6년을, B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제주지방검찰청의 공소를 기각했다. 사기죄의 경우 기망 행위와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애초 이 사건 기망 행위에 대해 '불상의 방법으로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고 기망'이라고 한 뒤 별다른 내용은 공소장에 담지 않았다. 법원은 이에 대해 실제 기망행위가 있었는지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피해자도 제대로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은 사기단이 사용한 계좌 내역 중 일부를 제외한 모든 입금자를 피해자로 전제했고, 입금 금액을 모두 범죄수익금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그러나 피해자들이 실제 입금자가 맞는지, 타인 명의로 이뤄졌는지, 입금 경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소 당시 수집된 증거가 피의자신문, 일부 피해자 진술, 계좌이체 내역에 불과했다고도 지적했다.

법원은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곤란한 경우가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그 자료를 위한 수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공소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들의 530억원대 자금 세탁 범행 중 350억원만 인정했다.

인정된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허위 투자사이트를 개설해 고수익을 미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투자금을 편취하는 이른바 '리딩 투자 사기단' 조직원이다. 자금 세탁은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도박을 한 뒤 송금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A씨는 2021년 6월 30일부터 2022년 5월 2일까지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352억9500여만원 상당의 투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2021년 7월 10일부터 2022년 5월2일까지 342억5350여만원의 투자금을 세탁해 조직에 넘긴 혐의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 사건의 피해자가 6000여 명에 이르고 피해금도 1000억원대에 달하는 등 범죄가 중대하고, 대규모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신속한 수사 진행이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피력했다.

또 "전국 경찰관서에 신고된 피해자 관련 증거를 계속 수집하고 있었던 점, 순차적 구속 송치 상황에서의 구속기간 제한, 계좌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추가 피해자 특정 및 조사 등이 가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 경찰 송치 범죄사실에 대해 기소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어 "추가적인 수사 진행상황 등을 토대로 피해자와 피해금을 특정, 공소장 변경을 하는 등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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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