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혐의 1심 벌금 200만원…일부 유죄
강의 중 "매춘 종사 위해 자발적 위안부 돼"
"정의연이 강제동원 증언토록 할머니 교육"
法 "통념 어긋나고 부적절해도 학문적 내용"
"교수권 보장…표현의 자유 제한에 신중해야"
류석춘 "무죄 다행…불편해도 진실은 진실"
정의연 "반인권적·반역사적 판결…檢 항소를"
강의 중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인 매춘'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류석춘(69) 전 연세대학교 교수가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법원은 류 교수의 해당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무죄로 판단했으나,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했다는 부분은 유죄로 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 전 교수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정 부장판사는 우선 "피고인의 발언은 개개인을 특정한 게 아니라 조선인 위안부 전체에 대한 추상적 표현이었고 대학 강의의 일환이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발언이 명예훼손의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위안부가 강제 연행이 안 됐다고 발언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은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발언은 강의실 내에서 이뤄졌고, 발언을 들은 이들도 수업을 수강하는 대학생들이었다"며 "정해진 주제에 관해 강의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발언이 통념에 어긋나고 비유가 부적절하다 해도 학문적 내용에 해당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수 자유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표현의 적절성을 형사 법정에서 가리기 보다는 자유로운 공개토론으로 가려야 한다. (유죄 판단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이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보호하는 취지에 비춰보면 기존 관행이나 질서에 다소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정당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류 전 교수가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핵심 간부가 통합진보당의 핵심 간부이며, 북한과 연계해 이적행위를 했다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공소장에 적시된 일부 부분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허위임을 인식하고 발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표현은 공적 지위에 있는 피해자에 대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라고 교육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며 "피고인이 진위에 한 확인 노력 없이 진실인 것처럼 확정적이고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점, 발언의 경위나 내용, 피해 정도를 고려하면 죄질이 불량하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류 전 교수는 퇴직 전인 지난 2019년 9월19일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중 5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강의 도중 "일본군에 강제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 "정의연 임원들은 통합진보당 간부들로 북한과 연계돼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제기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5일 결심공판에서 "학문의 자유로서 보호되는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류 전 교수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류 전 교수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제강점기와 관련해 그동안 알던 것과 다른 내용을 얘기하면 '나쁜 놈'이라고들 하는데, 불편하더라도 진실은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소된 여러 가지 혐의 중 유죄 판단이 나온 부분에 대해선 다툴 생각"이라며 항소를 예고했다.
그는 법정에 들고 왔던 '하버드대학 교수가 들려주는 위안부 문제의 진실'이란 책을 들어 보이며 기자들에게 "공부 좀 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정의연은 이날 1심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여성들을 강압적으로 끌고 가 '성노예'를 강요한 반인도적 범죄행위"라며 "유엔 등 국제사회는 1990년대부터 이상과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각종 권고안과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진상규명 등을 일본 정부에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이렇듯 국제사회가 공히 인정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재판부가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결코 우선할 수 없고, 대학 교수는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지닌 미래세대를 길러야 할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류석춘 교수는 일본 우익의 전형적 표현과 유사한 발언으로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본 정부와 극우 역사 부정 세력들의 공격 속에 또다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반인권적 판결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이며, 일반 국민들의 상식 수준에도 어긋나는 반사회적 판결이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여 다시금 류석춘 교수의 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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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