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男 1심 징역 20년…피해자 측 "구형 더 높았다면"

약물에 취해 행인 치고 도주한 혐의
피해자 전치 24주…115일 만에 숨져
檢 "잘못 숨기기 급급" 징역 20년 구형
1심 "마약 투약에 무고한 사람 희생"
피해자 측 "檢 구형 높았다면…아쉬워"

수면 마취약에 취해 운전 중 행인을 친 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롤스로이스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29)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약물 영향으로 운전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운전했다"며 "피해자는 피할 수 없이 급작스럽게 사고를 당했고, 피고인의 죄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즉각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병원을 다녀오는 등 도주했고,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보며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통증 속에서 3달 이상 의식불명으로 있다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죄는 통상의 운전이 아닌 약물 투약 후 운전으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늘고 있는 향정신성 약물 투약에 대해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였다"며 "참담한 결과에 따른 책임은 무겁게 평가돼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피해자 측은 검찰의 구형과 같은 1심 선고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면서도 검찰의 구형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 권나원 변호사는 "마약 투약 의혹과 도주, 증거인멸 시도 같은 부분들이 모두 인정됐다"며 "판사님께서 검사 구형을 참작해 선고형을 정하셨단 말씀을 했기 때문에 구형량이 조금 더 높았다면 더 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결심 공판 이후 합의를 위해 당사자의 부모님들께서 만날 수 있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해 온 바는 있었다"면서도 "(신씨가) 끝까지 범행을 인정한다던가 잘못을 뉘우치는 입장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합의를 위한 연락이나 만남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자 부모님들께선 여전히 큰 상심에 처해있다"며 "가족분들이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신 국민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에서 피부 미용시술을 빙자해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수면 마취를 받고 난 뒤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행인을 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된 신씨는 행인들이 달려와 차에 깔린 피해자를 꺼내려 할 때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으며, 수 분 뒤엔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피해자는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으며, 사고 발생 115일 만에 숨졌다. 이후 검찰은 신씨의 혐의를 특가법상(도주치상)에서 특가법상(도주치사)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신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방문한 병원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고자 현장을 벗어난 것이라며 도주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결과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 관련 말 맞추기 시도를 위해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자기 잘못을 숨기기 급급한 데다 피해자와 유족에 진심으로 사과하려 하지 않았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신씨는 "유가족께 사죄할 마지막 기회"라며 "고통스러웠을 고인과 평생 고통스러울 유가족께 죄송하고 제 잘못을 평생 뉘우치고 사죄하며 살겠다"고 최후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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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