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시민조사위 "오송참사 시스템 붕괴가 근본 원인"

자체 진상조사 "제방붕괴 책임소재 밝혀야"…3월 재발 방지 방안 마련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불가항력 재난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오송참사 피해 유가족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오송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는 31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7.15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조사 1차 보고회'를 열고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참사 이후 국무조정실 감찰조사, 충북도의회 및 청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재판 등 진상규명 조사의 일부 기능을 가진 일련의 과정이 진행됐으나 '붕괴와 침수 현상 자체'에 과도하게 치중해 원인규명에 미흡했다"며 자체 조사 필요성을 설명했다.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처벌의 관점보다 위험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축적됐는지, 전체 과정을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사고의 1차적 원인이 된 미호강 범람·침수 위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상은 총괄위원은 충북도의 궁평2지하차도 침수에 대한 계획수립과 매뉴얼이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충북도가 관리하는 지하차도 4개는 모두 '침수우려 취약도로'로 지정돼 있고, 이 중 100m가 넘는 지하차도는 궁평2지하차도 뿐으로 집중관리 필요성이 있었음에도 계획과 행동매뉴얼 중 지하차도 침수를 연계해 작성한 부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 이후 개선대책이 마련됐으나, 충북도 등 관련기관은 궁평2지하차도 등급을 재평가하지 않았고, 중앙수위 침수기준도 다른 지역보다 느슨했다"고 봤다.

충북도, 청주시 등 단체장들에 대한 과실 책임에 대한 검증도 진행됐다. 현재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시공사, 실무자, 관리자의 잘못을 넘어 재해예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는 단체장 등에 대한 형사책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익찬 변호사는 "환경부장관은 하천법상 하천 유지보수와 안전점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미호천교 증설공사 제방 점용허가를 받은 행복청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 "충북도는 지하차도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실패했고, 청주시는 재난징후 포착 실패와 계획·매뉴얼에 따른 예창과 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폭우는 막을 수 없지만 임시제방 관리부실 등이 드러나면서 불가항력인 재난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는 제방 붕괴의 책임 소재를 놓고 수사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는 "제방 붕괴가 없었따면 이번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법적 개념에도 없는 '제방철거'와 '임시제방 설치'를 누가, 왜 허가했는지, 어떻게 시행됐는지가 이번 사고 책임규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하천 사업허가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 하천관리기관인 충북도, 사업자인 행복청에 대한 수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하천폭이 협소한 사고현장을 수해 취약지점으로 지정해 관리하지 않았고, 소방과 경찰, 충북도, 청주시 등이 임시제방 붕괴 후 골든타임 30분을 넘기는 등 사고 이후 대책 마련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성구 변호사는 "감리단장의 신고를 접수한 112상황실이 현장 출동 지령에도 오송파출소 순찰팀이 나오지 못한 이유, 119상황실이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 청주시 당직실이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발족한 위원회는 홍석조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최희천 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피해지원국장, 권민정 김용균재단 상임이사, 박상은 총괄위원, 손익찬 변호사 등 세월호 특별조사위와 김용균 사망사고 조사위 참여 경험이 있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지역주민 증언과 현장 실사, 공적 자료, 언론 기사 등 조사를 진행한 위원회는 100여쪽에 달하는 1차 조사결과를 검찰 등에 제출하는 한편, 오는 3월에는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자지원 제도개선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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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