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vs 시의회 '문화계 블랙리스트' 정면 충돌

이순열 의장 "관광재단 새 대표, 리스트 관여"
박영국 대표 "사실과 다르다, 명예 심히 훼손"

신임 박영국 관광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세종시와 시의회가 정면 충돌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순열 시의회 의장은 15일 논평을 통해 "박영국 신임 대표는 박근혜 정권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징계를 요구받은 인물"이라며 "이로 인해 문체부 1급 실장에서 2급으로 강등됐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줄 세우고, 정치 편향을 이유로 낙인찍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당시 처분들이 세종시에서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무엇보다 노무현의 도시인 세종시 위상에 걸맞지도 않을뿐더러, 젊은 도시의 눈높이에 한참을 못 미치는 인사로 최민호 시장이 벌인 인사 참극"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문성이 입증되지 않은 공무원 경력만으로, 그것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를 받았던 인물이 지역 문화와 예술에 대한 공감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역 예술인들과 제대로 교감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작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전시와 문화 트랜드를 반영하는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싶다"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유인촌 장관) 추천인지 특정인의 추천인지도 논란거리"라며 "퇴직 공무원 밥그릇 챙기려다 시민의 자존심이 무너진 한심한 상황에서 혹여 문체부 예산 확보를 전제로 인사 청탁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호 시장을 향해 "인사청문회는 지명권이 없다며 거부하고, 이렇다 할 업적과 성과가 없는 인사를 적임자로 둔갑, 임명해 의심받는 상황을 자초한 것은 최 시장 자신이며 유감이고 우려스럽다"며 "앞으로 최민호 시장과 협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박영국 관광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는 입장문을 내고 "세종시의회 의장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시, 논평함으로써 저의 명예를 심히 훼손했다"며 "논평에서 표현하듯이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주도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조사 과정 어디에도 주도자라거나 작성에 관여했다고 명기되거나 표현되지 않았다"며 "논평에서 언급된 당시 감사원 감사에서도 밝혀졌고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유포,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문체부 1급 실장에서 2급 강등 관련 세종시는 "2017년 박 신임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한 사후 조치로 문체부가 실장 직위 3개를 폐지하는 조직개편과 고위 공무원단 인사발령 과정에서 전보된 사실이 있다"며 "이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국정 농단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이 수사의뢰(10명), 중징계(1명) 등을 받은 사례와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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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