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가동률 '뚝'…"열흘 못 버틴다" 의료대란 시간문제

시름 앓는 대구병원 전문의
환자 줄어도 업무 차질 여전
전임의·교수가 '응급실 당직'

"이대로 가면 열흘 내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전공의 집단 이탈 나흘째인 23일 대구지역 상급 종합병원 수술과 진료 차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영남대학병원. 전공의 161명(레지던트 119명, 인턴 42명) 중 130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곳이다.



전공의 공백으로 수술실 가동률이 60%로 떨어지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은 환자 수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응급센터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사직 이전에는 하루 평균 50여명의 응급 환자가 내원했으나 현재는 약 40%가 줄었다"고 말했다.

응급실과 진료실 등 환자는 전체적으로 줄었으나 현장을 지키는 전문의들의 시름은 커졌다.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한 전문의는 "가용되는 인력 내에서 위독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건에 대해서만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며 "타박상 등 경증에 대해선 가벼운 시술만 진행하거나 수술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지던트 위주로 돌아가던 응급실 당직 근무마저 전임의와 교수들이 교대로 서고 있으며 사직한 전공의들은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대한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열흘 내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으로 열흘을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다.


같은 날 오전 경북대병원. 전공의 193명(레지던트 147명, 인턴 46명) 중 179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곳이다.

응급실과 진료실은 환자 발길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비교적 잠잠한 금요일에도 불구하고 병원 관계자들은 분주했다.

병원에서 만난 한 전문의는 "현재 입원을 받지 않아 조용한 편"이라며 "영상의학과 등은 검사 자체가 줄고 기존 환자를 제외한 신규 예약은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하듯 교수와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돼 힘든 상황"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전문의들의 피로는 누적될 것이고 이에 따라 수술 등 업무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위해 병원을 들렀으나 담당 교수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다.

환자 A씨는 "다친 오른쪽 발목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담당 교수가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다음주에 재방문해 수술 등 치료 가능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지역 전공의 사직서 제출 현황은 ▲경북대병원 193명 중 179명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81명 ▲영남대병원 161명 중 130명 ▲계명대 동산병원 182명 중 175명 ▲대구가톨릭대병원 122명 중 108명 ▲대구파티마병원 전공의 69명 중 23명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전공의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통보했으나 대다수가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 의사는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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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