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 남수단 제자들, 한국 전문의 시험 합격했다

외과 전문의 토머스 타반 아콧, 내과 전문의 존 마옌 루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온 이태석(1962~2010) 신부의 제자 2명이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인제대학교는 2024년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 2727명 가운데 이태석 신부의 제자인 토머스 타반 아콧(외과)과 존 마옌 루벤(내과)이 포함됐다고 23일 밝혔다.



이태석 신부의 권유로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길을 걷게 된 아콧과 루벤은 2009년 수단어린이장학회의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들이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태석 신부는 대장암으로 선종했다.

이들은 의사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더욱 공부에 매진해 2012년 이태석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타국에서 어학과 의학을 함께 공부하느라 힘들었지만 인제대에서 전액 장학금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지원받으며 공부한 두 사람은 각각 83, 84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가 됐다. 이후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마쳤다.

아콧은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외과, 루벤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하고 올해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두 제자는 남수단에서의 의료활동을 염두에 두고 외과와 내과를 택했다. 수년 간 내전을 겪은 남수단 국민들 상당수는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외과를 선택한 아콧은 “남수단에는 외과 의사 부족으로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 등도 빨리 수술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외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내과를 선택한 루벤은 “어릴 때부터 내전과 의사가 없는 환경 속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며 “그중에는 말라리아, 결핵, 간염, 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들이 대부분이라 내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연연해하지 말라’라는 이태석 신부의 가르침을 유념하며, 고향인 톤즈로 돌아가 고인이 못 다 펼친 인술을 펼치고 싶다는 마음이다.

아콧은 더 많은 수술을 배우며 외과의사의 경험을 쌓기 위해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서 전임의(펠로) 과정을 이어간다. 루벤도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에서 전임의(펠로) 과정을 마친 뒤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료활동과 함께 후배 의사를 양성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한편, 남수단의 돈 보스코로 불린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됐다. 이후 살레시오회에 입회하여 사제의 길을 선택한 뒤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로 건너가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구호, 의료, 선교 활동을 하다가 대장암으로 48세에 선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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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