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4만 의사 "면허취소 협박말고 의대 증원 철회하라"

의대생·전공의 등 4만명 여의도 집결
"정부, 의사를 노예로 만들려 한다"
"2000명 증원시 피해는 국민에게"
"필수의료패키지, 비용 지출 억제만"
"의대 증원 이슈, 정쟁 도구로 이용"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반발하는 의사와 의대생 2만여명이 여의도 일대에 집결해 정책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4만명의 의사와 전공의, 의대생이 참여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난달 6일 정부가 기습적으로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했다"며 "의협과 논의하기로 한 9·4 의·정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독으로 가득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선물로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롯한 모든 의사가 한목소리로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정책과 제도를 악용해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민 불편과 불안을 조속하게 해결하길 원한다면, 전공의를 포함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궐기대회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 철회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의학교육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고 의사를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을 감안할 때, 교육여건과 시설 기반에 대한 선제적 준비와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의사를 2000명을 증원한다면 의료비, 건강보험료 등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선 "임상 수련과 연계한 개원면허의 단계적 도입, 의사의 진료 적합성 검증체계 도입,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지불제도 개편, 비전문가에 대한 미용의료시술 자격 확대 등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선택을 제한하고 의료비용 지출 억제에만 주안점을 둔 잘못된 정책"이라며 "의료계는 이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대 정원 증원 이슈가 4·10 총선 등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작금의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정치와 정쟁의 대상이 아닌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제도와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존망이 걸린 중대 사안임을 정부는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교육의 질 저하와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의료계와 합의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원점 재검토" "의대 증원 X"가 쓰여있는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집회 중에는 "무분별한 의대증원 양질의료 붕괴된다" "준비 안 된 필수정책 의료체계 종말이다" "무분별한 증원정책 국민부담 폭증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의협 비대위에 대한 압수수색, 면허 취소 예고 등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인천 부평구에서 내과 개인병원을 운영 중인 한 40대 의사는 "면허취소 등은 법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면허취소와 관련된 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에서 가정의학과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한 70대 의사도 "의사단체를 압수수색하는 일이 어디 있겠나. 이건 전세계에서 초유의 사태"라며 "최후통첩 및 면허취소는 완전한 협박정치"라고 비난했다.

대전에서 개인병원장인 한 50대 의사는 "압수수색은 하지만 압박은 아니라는 말은 헛소리라고 생각한다"며 "면허취소를 한다고 해서 전공의들이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총궐기대회 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와 의대생,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많이 왔다"며 "비대위 차원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참여하라고 독려하거나 공문을 보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우리 의사들을 계속 몰아붙인다고 해서 우리가 생각한 길에 경로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참석 강요 의혹에 대해서는 "비대위나 16개 시도 의사회, 시군구 의사회나 지역단체에서는 제약회사 직원을 동원하라고 요구하거나 지시한 적은 없다"며 "다만 일반 회원들의 일탈이 있었는지는 확인을 못 했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집회 질서유지를 위해 경력 3300여명을 투입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찰은 준법집회에 대해서는 보장하겠지만 불볍행위에서는 단호하게 조치할 계획"이라며 "일부 언론사에서 보도됐던 집회 참가 강요 부분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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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