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현 정부 들어서 다섯 차례 걸쳐 부동산 정책 발표"
"공급 확대, 규제완화, 민간 부문 역할 강화 등 초점"
"'부동산 시장가격 안정화' 기대효과 판단 어려워"
"과도한 이익 부여해 시장 메커니즘 왜곡" 목소리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공급 확대 및 규제 완화, 민간 부문 역할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관한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재건축 정책은 과도한 이익을 부여해 오히려 적절한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백인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이 맡았다. 황지욱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이 발제자로 나섰고,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 법무학과 교수와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먼저 황 위원장은 "윤 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부동산 완화 대책이 제시돼 오고 있다"며 완화 방식을 크게 공급 확대, 규제 완화, 민간 부문 역할 강화 등 3가지 방향으로 정리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 ▲그린벨트와 같이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에 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와 재검토 ▲민간 기업과 손잡은 민간 건설 임대 세제의 지원 강화 ▲거주 의무 완화를 통한 임대 매물 물량 확대 등이다.
황 위원장은 "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부동산 활성화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이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도 위기를 극복하는 대응책으로 삼겠다고 발표하고 있다"며 "그러나 건설사·시행사·건물주·토지주를 위주로 하는 정책 방향, 금융부채를 기반으로 하는 대출 유도 전략, 가계대출의 추가 증가 우려, 현행 법령과의 마찰, 총선을 목표로 하는 단견적 정치지향형 정책 등으로 사안 사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발제 취지를 밝혔다.
특히 윤 정부는 지난 2022년 6월21일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종부세·취득세 완화 및 주택 공급 확대, 규제 지역 재검토를 통한 규제 완화, 민간 건설 임대 세제지원 강화 등이다.
당시 정부가 해당 대책을 마련한 근거로는 세입자 주거권 강화를 목표로 개정된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 등)이 시장의 전세 매물을 급격하게 줄였다는 점, 임대차법 시행 전 3년 2개월 사이 전국 임대료가 평균 10.45% 올랐지만, 시행 후 1년 7개월 만에 27.33%로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황 위원장은 "이것이 과연 임대차3법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라며 "부동산 가격은 저금리 정책과 시중에 넘쳐나던 유동성 급증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으며, 실제로 2020년 코로나 사태에 따라 미국이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 6조 달러(6일 기준 약 8017조원)에 이르는 돈을 찍어내며 금리를 0%대로 내린 것에 우리나라도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1월10일 발표된 '1·10 대책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에 대해서도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이는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은 인구집중을 더욱 조장하는 것이며 도시의 간선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과부하에 걸리게 만드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특정 계층만을 위해 제도를 정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해당 대책은 ▲30년 넘은 아파트 안전진단 제외 ▲재건축 및 재개발 조합 간소화로 사업 기간 3년 이상 단축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재건축 완화 적극 활용, 정비 사업지 안전진단 면제 및 용도지역 변경 완화, 용적률 상향 ▲부동산 PF 보증 정책 추진 등을 골자로 한다.
이외에도 황 위원장은 윤 정부에서 5차례 발표된 대책들에 대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대안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제시된 대책의 기조는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의 적극적 참여 유도 및 이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와 부동산 시장 활성화였다"며 "다만 원래 추구하고자 하는 '부동산 시장가격의 안정화'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기대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근거로는 ▲용적률·건폐율(건축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비율)의 과도한 완화에 따른 밀도상승 촉발 및 인근지역과 함께 공유하는 공공의 기반 시설 부담 가중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가격폭등 문제는 일자리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인구집중으로 끊이지 않고 발생할 사회적 문제라는 점 ▲재건축부담금과 규제 완화를 통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이윤은 이러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개선에 투여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재건축사업에서 적절한 시장 메커니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공복리를 고려한 적절한 규제 상황에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현 정부의 재건축 정책은 과도한 이익을 부여해 오히려 적절한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도 "윤 정부는 부동산투기 공화국의 기조를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정부"라며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시행사와 시공사, 건물주와 토지주, 서울 및 수도권 유주택자(다주택자)들에게 더 많은 불로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고 이것은 불평등 심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위축,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가속화, 출생률의 지속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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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