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일당 총 56명 기소…檢 "전문직 가담 최대 규모 조직"

41명 추가…라덕연 일당 총 56명 재판行
금융당국 적발 피하려 '신종 수법' 이용
자산가치 높은 종목·이동매매 방식 활용
檢 "범죄수익 단 한 푼도 챙길 수 없다"
라덕연 측 "저렴할 때 대량 매집한 것"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등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이 범행에 가담한 이른바 '라덕연 일당' 41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피고인만 56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조직을 일망타진하면서, 기존 범행과는 달리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의 종목을 이용한 주가조작 신종수법의 전모를 밝혀냈다. 또 시중은행과 증권사 관계자가 주가조작 범행에 관여한 구조적 비리임도 확인했다.



◆라덕연 일당 총 56명 재판행…"주가조작 사상 최대 규모"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합동수사부(부장검사 하동우)는 7일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사태에 연루된 자문 변호사 A(43)씨와 회계사 B(41)씨, 이사급 임원 6명, 매매팀장 8명, 매매임원 24명, 라 대표의 사촌누나 C(49)씨 등 41명을 추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라덕연 일당 조직 구성 초기부터 법률·회계 자문을 맡고 조직 임원회의에 참여해 투자자들로부터 수익금을 정산받기 위한 법인의 설립 및 운영 등을 기획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라 대표의 사촌누나인 C씨는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조직의 이사급 임원 6명과 주범 지시에 따라 투자자 명의 휴대폰과 증권계좌로 주식매매를 담당한 매매팀장 8명, 매매임원 24명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로써 라덕연 일당 총 56명을 재판에 넘겼다. 총책 라 대표 등 15명(구속 14명·불구속 1명)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추가 기소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조직을 일망타진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일명 '기업형 전국구 주가조작 조직'인 라덕연 일당은 50여명에 이르는 조직원들이 영업관리팀, 매매팀, 정산팀, 법인관리팀 등을 구성한 뒤 3년 여간 9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8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주가조작을 벌였다.

영업관리팀은 투자자를 모집하고 투자 관련 미팅을 진행하며 고객들에게 투자금 정산 관련 안내를 담당했다. 매매팀은 지역별로 투자자 명의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계정 등을 개설하고 특정 주식매매를 했다. 정산팀은 투자수익 및 매출영업비용 등을 정산·관리하고 법인관리팀은 투자 수수료를 적법한 매출로 가장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을 관리했다.

이들이 취한 부당이득은 총 7305억원으로, 다수(8개 상장사)의 종목으로 벌인 주가조작 범행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검찰 관계자는 "전국망을 구성·운영해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수십명에 이르는 매매팀원을 동원해 주식을 매매했다"고 설명했다.



◆자산가치 높은 종목·이동매매 활용…"신종수법 전모 밝혀"

라덕연 일당은 금융당국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신종수법을 사용했다. 하나는 자산가치가 높고 경영이 안정적인 종목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 주식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유통 주식 수가 적고 거래량이 많지 않아 금융당국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짧은 기간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두기 위해 대체로 시가총액이 적으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매매유입을 위해 투기적 사업모델을 갖춘 영세 업체가 주가조작 대상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이동매매' 방식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휴대폰을 개설해 주가조작 조직에게 넘겨주면, 매매팀은 휴대폰 개설자 개인이 직접 주식 매매를 하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투자자들의 주소지로 이동해 주식 매매를 하는 등 치밀한 계획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시세조종 모니터링 시스템을 우회해 장기간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는 주가조작 행위가 지속돼왔다"며 "합동수사팀의 철저한 수사로 범행의 전모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변호사와 회계사와 함께 시중은행과 증권사 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들이 주가조작 범행에 관여했다는 것도 라덕연 일당 범행의 특징이다.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진 시중은행 기업금융팀장 김모(50)씨는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해 은행 고객들을 투자자로 유치하고 그 대가로 2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 부장 한모(53)씨는 라덕연 일당에 고객 돈 168억원과 고객 명의 증권계좌 대여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금품 약 2억95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주가조작 범행의 자문 역할로 전락한 변호사·회계사, 주가조작 자금 모집 통로가 돼버린 시중은행, 증권사 소속 임직원 등 자본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외부 전문가들의 구조적 비리가 확인된 사례”라고 강조했다.

◆檢 "범죄수익 한 푼도 챙길 수 없다"…라덕연 측 "대량 매집일 뿐"

라 대표 등은 지난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서로 공모해 미신고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고 통정매매 등의 수법으로 8개 종목의 시세를 조종해 7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또 이중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범죄수익 1944억여원을 차명 계좌, 법인과 음식점 매출 등으로 은닉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제기됐다.

검찰은 라 대표 등 주요 조직원 10명의 재산 220억원 상당을 추징보전 조치하는 한편, 주가조작·자금세탁에 이용된 10개 법인에 대해서도 법인해산 명령을 청구해 해산 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증권사범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고 범죄수익은 한 푼도 챙길 수 없다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라 대표 측은 재판에서 주가를 저렴하게 사는 방식으로 주식을 매집(일정 주식 대량 매수)했을 뿐, 당사자 간에 직접 거래가 되진 않았기 때문에 통정매매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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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