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한 비례대표 공천 갈등 격화…명단 바뀌나

이철규 "비례 공천 공개 안 돼…약속 안 지켜져"
장동혁 "당 화합 저해하는 일 발생해 안타깝다"
'총선 악영향' 우려 나와…"엉뚱한 뉴스 만들어"
국민의미래, 명단 조정 여부 논의…발표 전망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공천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했다. 여기에는 친윤들도 가세했다.

그러자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사무총장이 "당 화합을 저해한다"며 반박했다. 친윤들에 대한 당 지도부의 불만도 높아 국민의힘 내부 충돌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

이철규 의원은 20일 인재영입위원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 "지도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등 40여분 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을 겨냥해, 자신이 월권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들도 월권한 것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당초 국민의힘에서는 비례대표를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고심해 결정한 후에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당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분들은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공관위원이 왜 국민의미래 공천에 관여하느냐 월권이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러면 한 위원장과 장 사무총장 모두 월권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오히려 장 사무총장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언론 공지에 "공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당내 잡음으로 공천 결과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건 당원과 국민들이 바라는 일이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담았다.

이어 "총선을 20일 앞둔 중요한 시기에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사무총장인 저는 총선 승리를 위해 일일이 반박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당 내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전체 선거를 생각하면 각자 생각을 드러내는 게 총선에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지역 후보는 "큰 틀에서 이번 비례대표 공천은 정말 잘 됐다"며 "한 위원장이 실리를 취하려고 공천한 부분은 없어 보인다.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한 부분도 안 보인다"고 했다.

이어 "선거가 20일밖에 안 남은 상태에서 당내 이견을 극대화하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이라며 "이철규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더 이상 (갈등 국면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동안 비례대표 명단을 둘러싸고 이 의원을 대표로 한 친윤계와 당 지도부 간 신경전이 이어져 왔다. 시작은 지난 18일 이 의원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 출신인 한지아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11번)와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15번) 등이 당선권 순번에 배치된 것을 비판했고, 이는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으로 번졌다.

친윤계에서는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10번), 강세원 전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실 행정관(13번) 등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 등이 당선권 순번을 받지 못한 것을 근거로 '호남 홀대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주 전 위원장은 이에 항의하며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했다. 이 사안이 윤·한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다른 친윤계 중진들도 이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태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권성동 의원은 전날 "당헌당규에 당선권 4분의 1 이상을 호남 인사로 배치하게끔 돼 있다"며 "어차피 다 같은 당이고, 한 위원장이 관리하는 당인데 어느 정도 배려를 해주는 게 맞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이러한 순번 조정 요구에도 기존 명단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직 사퇴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의원이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니까 한 위원장이 직을 걸고 못 받겠다고 한 것"이라며 "(순번 조정 요구를) 받을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를 정하는 절차는 시스템 공천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친윤계와 지도부의 신경전이 이어질 경우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김병민 서울 광진갑 후보는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한 명을 두고 뭔가 큰 갈등이 벌어지는 것처럼 뉴스가 생산된다면 지역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는 후보들의 힘이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인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비례 후보를) 추천할 수는 있지만, (공관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는 건 온당치 않다"며 "본인도 그 안에 들어가 있던 분 아닌가.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수도권 지역 후보도 "지역에서는 되게 황당하다는 분위기"라며 "원팀으로 똘똘 뭉쳐서 선거를 치러도 부족할 마당에 엉뚱한 뉴스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수도권 지역 후보는 "국민들은 비례대표 순번이 잘못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별로 안 느낀다"며 "우리끼리 중요한 문제고 국민들 보기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명단 조정 여부는 곧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이 후보 등록 마감일이기 때문에 더는 지체할 시간이 많지 않다.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회가 회의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날 오후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일부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학용 의원은 이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례대표 순번을) 전면 재조정하면 당의 공신력에 관한 문제"라며 "항의하는 분들과 협의해서 미세 조정은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한 분을 교체해서 거기에 다른 분을 넣는 식으로 갈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정도 문제라면 이 정도로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남 배려 문제라든지 한 분 갖고 잦아들 거라고는 보지 않기 때문에 순서라든지 명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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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