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아동학대…진실화해위 "우생학 논리로 운영"

손재식 당시 경기도지사 조사 때 "기억이 없다"
진화위, 신청인 63명 진실규명 결정…피해 회복
1946~1982년 운영 후 폐원…피해자 5759명 달해
"아동 보호 아닌 빈민에 대한 우생학 논리 운영"

경기도가 도유재산 관리를 위해 선감학원을 운영했다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선감학원 운영 당시 재직했던 경기도지사는 진실화해위 질의에 모두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27일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진실화해위는 전날(26일) 오후 제75차 전체위원회를 열어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2)' 신청인 63명 전원에 대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은 1946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일소 및 갱생을 명분으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연행 후, 경기도가 운영하는 선감도의 선감학원에 수용해 피해자들이 강제노역, 폭언·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건이다.

1942년 일제가 설립한 선감학원은 1946년 2월 경기도가 운영, 관리권을 이관받고 36년간 운영하다가 1982년 9월 폐원했다.

40여년간 동일한 유형의 아동인권 침해가 반복해서 지속해서 발생했으며, 경기도 자료에 따르면 원아 대장에 확보된 피해자 수는 최대 5759명에 달한다.

특히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위탁 운영계획안' '선감학원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 등 내부 문건에는 '기능을 분리해 아동보호 기능은 위탁하고 도유재산 관리 기능은 선감도 도유재산 관리사업소(가칭)가 수행' '아동보호 기능을 폐지하고 선감학원은 도유재산 관리' 등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9월 선감학원 아동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2차 유해발굴 결과와 신원 파악이 불가한 사망자,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경기도와 안산시의 공식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근거로 선감학원이 암매장으로 사망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진실화해위가 선감학원 운영 당시 재직했던 손재식 16대 경기도지사를 불러 선감 운영에 대한 19개 항을 서면질의 했으나, 손 전 경기도지사는 19개 질의 모두 "기억 없음"으로 답했다. 특히 '선감학원'은 이름 자체도 생소하다고 답변을 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요보호자들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에 근거해 (선감학원) 시설이 개설됐으나, 도시빈민에 대한 사회적 격리의 목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부와 경기도는 표면적으로는 복지정책을 펼쳤지만, 내면엔 도시빈민에 대한 우생학적 논리를 적용해 집단수용이라는 방법으로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헌법으로 정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말소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선감학원의 피해자들과 유족들에게 피해회복을 위한 조처를 하고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구 아동복리법에 '부랑아'에 대한 정의나 규정이 없어 경찰과 공무원들이 단속 및 수용과정에서 외모 등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아동을 부랑아로 분류해 아동 집단수용시설에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피해 실태를 조사할 특별법 제정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유해 발굴과 관련해서는 시굴을 통해 선감학원 수용 아동들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품이 확인된 만큼 행정안전부와 경기도는 유해매장 추정지에 대한 유해발굴을 신속히 추진하고 적절한 추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아동인권보호법 정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연구·치유프로그램 및 노인성 질환 대책 마련, 선감학원 유적지 보호사업,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과 관련된 역사 기록의 수정과 추가 조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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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