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전두환 손자, 2심도 집유…法 "처벌만 능사 아냐"

다수 마약류 투약 혐의…실시간 방송도
수사·재판 과정서 투약 혐의 모두 인정
1심 "자백 정황 감안"…징역형 집행유예
2심 "치료·재발 방지 측면도 고려해야"
재판부, 제출한 반성문 사본 전달하기도

미국에서 다수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8)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마용주·한창훈·김우진)는 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약 265만원의 추징과 함께 3년간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 약물치료 강의 수강 80시간도 명령했다. 일부 혐의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투약한 마약 종류와 횟수가 많고 (투약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기도 했다"면서도 "마약 투약 범죄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치료나 재발 방지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현재도 마약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면서 (마약의) 해로움을 널리 알리는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무거운 형벌로 수형생활을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마약의 해로움을 알려서 경각심을 일으키고 비슷한 처지의 중독자도 마약을 끊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했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로 준 충격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전씨가 여러 차례 낸 반성문에 대해 "스스로에게 한 다짐과 약속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음이 흔들리면 (본인이 쓴) 반성문을 다시 읽어보라"며 사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항소심 판결 이후 전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전씨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국에 체류하면서 다수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유튜브 실시간 방송 중 이른바 '엑스터시'라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 MDMA(메틸렌디옥시메탐페타민) 등을 언급하며 투약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전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전씨는 입국 당시 대마와 엑스터시 등 마약류 복용 사실을 인정했다.

1심은 마약류 범죄에 대한 엄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전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일부 추가 범행에 대해선 자백한 정황 등을 감안해 사회구성원으로서 복귀할 수 있도록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이 5개월에 걸쳐 마약류를 반복 매수·투약해 사안이 중대하고, 방송을 통해 투약 장면을 실시간 송출해 모방범죄의 위험을 초래했다"며 1심에 불복했고,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전씨는 최후진술에서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마약을 했고 저의 잘못을 매일 깊이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다시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이 분야에서 꼭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기회를 주시고 용서해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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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