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 동의 없이 성폭행·신체촬영
검찰 불기소했지만 피해자 재정신청
"죄질 나빠"…1심 징역 3년 선고
전 연인이 잠든 사이 준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준석)는 준강간 치상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외상 후 후유증 등 장애를 겪고 있고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생활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피고인은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사정도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피고인은 무엇보다 범행을 부인하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범행 수법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도 지적하며 법정구속을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월 잠든 상태였던 전 연인 B씨를 성폭행하고,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씨는 몸살 기운에 약을 먹었던 데다 다리를 다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B씨는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전 연인이었던 A씨 집에 잠시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B씨는 카메라 소리에 깨서 A씨의 휴대전화를 뺏은 뒤 증거 동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 보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은 검찰의 불기소에도 법원이 피해자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서 1심 선고가 내려지게 됐다.
당시 B씨는 A씨를 준강간치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고소했는데 2022년 8월 검찰은 A씨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부부관계·연인관계에서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B씨 측은 당시 A씨의 성관계 및 촬영 의사를 미리 알았다면 허락했을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이 검찰에 기소를 강제하는 제도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B씨의 재정신청을 인용했고, 지난해 5월 검찰이 A씨를 기소하며 1심 심리가 이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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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