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35% 수업 재개, 다음주 78%…텅 빈 강의실에 유급 우려

정부, 의대 수업재개 현황 공개…이날 기준 14개교
내주 17개교 추가로 재개…온라인 출석까지 허용해
의대협 "수업 재개와 수강은 별개"…복귀 거부 의사
정부, 수업 현황 조사 여부 두고 메시지 혼선 빚어

정부가 8일 의대생 집단행동으로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던 의과대학 전체 40곳 중 14곳(35%)에서 수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이날 오전까지는 의대 수업재개 관련 조사에 이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나절도 안 돼 대학 명단과 수치를 공개하면서 혼선을 일으켰다.



의대생 단체는 수업 재개와 수강은 별개의 문제라며 집단행동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대학들은 온라인 출석까지 허용하고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집단 유급과 의사 국가고시 차질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8일 교육부가 공개한 수업을 재개한 의대는 ▲가천대 ▲고려대 ▲동국대 분교 ▲서울대 ▲연세대 ▲영남대 ▲인제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림대 ▲한양대 ▲전북대 ▲경북대 총 14곳이다.

이 중 전북대와 경북대는 이날부로 개강 및 수업을 재개했고, 나머지 12개교는 정부가 집계에 나선 지난 4일 이미 의대 수업을 재개한 상태였다.

오는 15일부터는 추가로 17곳에서 수업을 다시 시작하는 등 학사 일정 정상화를 추진한다.

▲가톨릭관동대 ▲가톨릭대 ▲건국대 분교 ▲건양대 ▲경상국립대 ▲고신대 ▲단국대 ▲동아대 ▲부산대 ▲성균관대 ▲연세대 분교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전남대 ▲조선대 ▲차의과대다.

다음주부터 수업을 재개하기로 한 의대가 누적 31개교로 전체 77.5%에 이르는 셈이다.

그간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수업을 미뤄오던 대학들이 수업 재개를 단행한 것은 계획된 학사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의 수업일수를 연간 최소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의대는 대개 임상실습 등으로 이보다 더 길다.


고등교육법 등에 따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얻지 못한 의대는 졸업생이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없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상 임상실습 기간은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이날 수업을 재개한 경북대는 이번주를 온라인 방식으로 운영한다. 본과 3~4학년의 임상실습은 오는 15일부터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대는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하되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앞서 수업을 재개한 가천대 등에서도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일부 대학은 사전에 녹화된 강의 영상을 활용해 이론 수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부터 수업을 재개한 전북대 의대에선 강의실에선 학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면 수업이 재개되긴 했으나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온라인 수업 출석률은 집계가 어렵다는 게 대학들의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수업을 보충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지만,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는 것은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설령 개별적으로 수업에 복귀할 뜻이 있는 학생이라도 압박감을 느껴 섣불리 강단에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경북대는 강의 자료를 내려 받기만 해도 출석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수업 질 악화 우려를 지적하자,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온라인 수업은) 위급한 상황에서 좋은 학습 방법"이라고 답했다.

구 대변인은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과거 소송도 있었지만 자료만 내려 받았다고 출석을 인정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학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보지 못하거나 유급이 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단계에서 유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집단 유급 발생 시점) 그 이후 시나리오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은 집단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의정갈등이 종식되지 않는 한 집단 유급과 국시 차질 우려는 여전한 셈이다.

의대 학생회들의 모임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측은 8일 뉴시스에 문자로 "행정적 수업 재개와 학생들의 실질적 수업 수강은 다르며 학생들은 여전히 굳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인 7일까지 학칙에 나와있는 요건과 절차를 갖춰 휴학계를 추가로 제출한 의대생 수는 누적 1만375명으로 재학생의 55.2%에 이른다.

한편 이날 정부의 의대 수업 재개 현황 조사 여부를 두고 잘못된 설명으로 인해 혼선이 빚어졌다.

구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대 개강이나 수업을 재개한 현황을 조사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의사결정을 아직 못한 대학도 많고 공문을 배포하면 다른 시그널(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업재개 전반에 대해선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대통령실은 돌연 수업 재개 의대 현황을 공개하고, 이어 교육부는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구 대변인은 "일괄 공문을 통한 조사가 아니라 실국장들이 여러 차례 현장에 가서 협의를 진행하고 모니터링을 한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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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