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교실 추모 발길

"어느덧 열 번째 봄,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민주시민교육원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기억교실은 2014년 4월16일로 시간이 멈춘 단원고등학교 교무실과 교실을 복원한 곳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용했던 2학년 1~10반 교실과 교무실을 그대로 옮겨놨다.

복도에 들어서자 '너무 보고 싶어 사랑해', '하늘나라에서 하고 싶은 것 많이 하시고, 꼭 행복하세요' 등 교실 문에 쓰여 있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각 교실 희생자의 책상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캐리커처와 이루지 못한 아이들의 꿈이 적혀 있었다. 꽃과 인형, 그리고 활짝 웃는 아이들의 사진과 이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쓴 편지도 한켠에 놓여 있었다.

교실 뒤쪽은 '2015년 수도권 4년제 대학 안내지도', '학생을 위한 스트레칭' 등 여느 고등학교 교실과 비슷했다. '아침 일찍 학교에 온다'로 시작하는 반 규칙도 그대로 놓여 있었다. 하지만 교실 시계는 희생자들의 시간과 함께 멈춰 있었다.

추모객들은 차분하게 교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눈물을 훔치고, 잠시 눈을 감고 추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사진 속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한참을 들여다보는 시민도 있었다.

2학년1반 한 학생 사진 앞에 서서 정성들여 방명록을 쓴 이모(30)씨는 책상에 예쁜 꽃 한 송이를 놓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친구를 닮은 꽃을 한 송이 사 왔다. 내가 기억하는 친구에게 짧은 인사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길, 하늘에서 친구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이라고 소개한 이모양과 곽모양은 선배들을 추모하기 위해 하굣길에 기억교실을 방문했다.

곽양은 "사실 어릴 때라 기억도 못하는 사건이지만, 세월호는 안산에서 자라고 단원고에 다니면서 외면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같은 2학년이 되니까 더 생각이 많이 난다. 얼굴도 모르는 선배들이지만, 우리가 기억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가겠지만, 계속 기억해 주고 싶어서 왔다"라고 했다.

교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모(27)씨는 "직접 얼굴을 알진 못하지만, 지인의 딸이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라고 들었다.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이모(30)씨는 1.4㎞ 떨어진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뒤 기억교실에 방문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부채감이 늘 남아있었다. 물론 여길 방문해서 추모한다고 해도 부채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해결되지 않은 일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앞서 오후 3시 화랑유원지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노란 물결을 만들었다. 노란 손수건, 노란 리본, 노란 나비, 노란 모자 등 시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다.

기억식이 시작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서 250명의 희생자 이름이 불려지자 곳곳에서 시민들이 훌쩍였다. 사전 행사로 활기찼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식었다.

행사 내내 눈물을 훔치던 박모(55)씨는 "고3 딸을 키우는데 내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안도하다가 그런 내가 싫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일이 우리 아이에게 닥칠까 두렵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참사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세월호 참사가 아직 현재 진행형인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며 훌쩍였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안양에서 친구들과 기억식을 찾은 양모(23)씨는 "언니·오빠 나이의 희생자들을 보면서 남일 같지 않았다. 봄만 되면 세월호 생각이 많이 나서 매년 기억식이나 추모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씨는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힘든 시간을 보낸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태고 '잊지 않았다'는 것을, 잊지 않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왔다. 말로 표현은 어렵지만, 이렇게 행동이라도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 김모(25)씨도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추모하려고 왔다"면서 "같은 학생으로서 2014년이 여전히 머리에 남아 떨칠 수가 없었다. 10년 동안 시간이 멈춰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단원고 4·16 기억교실은 365일 연중무효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일·공휴일 오전 10시~오후 5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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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