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흉기 휘두른 50대, 테이저건 맞고 압송 뒤 사망
불분명 사인 규명 본격화…장비 안전성 논란 불가피
"호흡 곤란·혈압 저하" 자제 권고에 국내 의심사례도
"인체 위해 입증 안 돼, 원거리 제압 효용 크다" 반론
아들에 흉기를 휘두르다 경찰이 쏜 테이저건(전자충격기)에 맞고 붙잡힌 지 1시간 32분 만에 숨진 50대의 사인 규명이 본격화된다.
현장 상황이 테이저건 사용 요건이었다고 해도, 부검에서 직접 사인으로 판명될 경우 장비 자체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테이저건 제압' 살인미수범 92분 만에 사망, 왜?
광주 북부경찰서는 25일 테이저건으로 제압돼 살인미수 현행범 체포 당일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다 숨진 50대 남성 A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다.
앞서A씨는 지난 22일 오후 5시 51분께 자택에서 30대 아들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이 쏜 테이저건에 의해 제압됐다. 테이저건에서 나온 전극 침(바늘) 2개는 A씨의 등에 꽂힌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살인미수 현행범으로 경찰서로 압송된 A씨는 같은 날 오후 6시 37분께 호흡 곤란 증세 등을 보였고, 경찰은 심폐소생술 실시 이후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옮겼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오후 7시 31분께 숨졌다. 테이저건에 맞고 제압된 지 1시간 32분 만이다.
의료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정지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검시 소견을 냈다.
경찰은 A씨가 5년 전 뇌혈관 수술을 받았고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는 진술도 검증하고 있다. 부검 결과를 토대로 기저질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한다.
현장 출동 이후에도 A씨가 쓰러져 있는 아들을 깔고 앉아 흉기를 든 채 위험 행동을 한 만큼, 테이저건 사용 요건에 해당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관 물리력 행사 기준·방법 규칙'에 따라 경찰은 대상(용의)자 행동 수준 5단계 중 4단계인 '폭력적 공격' 상황에서는 테이저건 등으로 '중위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 "호흡 곤란·혈압 저하" 테이저건 부작용 우려
위급 상황 속 적법한 법 집행이었다 해도,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남는다.
앞서 도입해 폭넓게 활용하는 미국·호주 등지에서는 테이저건에 맞은 피의자가 호흡 또는 의식 곤란, 혈압 저하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실제 테이저건을 맞고 실신, 사망한 사례도 상당수다.
국제 인권단체도 영미권 국가에서 테이저건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잇따랐다며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테이저건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압 등에 영향을 미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국내 의료진 연구 결과도 있다.
2005년부터 도입·운용 중인 국내에서는 테이저건에 의한 사망 사고를 공식 인정한 바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다만 의심 사례는 있었다. 지난 2022년 1월 경기 오산에서는 40대 지명수배범이 도주 난동을 벌이다, 경찰이 2차례 테이저건을 옆구리·허리에 직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사용한 뒤 의식을 잃었다. 이후 나흘 만에 병원에서 숨졌다.
앞서 2017년 6월 경남 함안에서는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던 40대 조현병 환자가 흉기 소란 도중 경찰이 쏜 테이저건 전극 침에 오른쪽 가슴·팔을 맞은 지 2시간 만에 병원에서 숨졌다.
두 사례 모두 사망에 이르게 된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경찰 일각에서도 직접적 부작용이 아니더라도 테이저건 발사 직후 부상 위험성은 늘 있다고 말한다.
한 일선 경찰관은 "테이저건에 맞고 근육이 일시 마비돼 쓰러지는 순간, 바닥에 머리 등을 부딪히는 2차 사고로 다치는 사례는 있다"고 지적한다.
◆ "인체 위해 입증 안 돼…규정대로면 문제 없어"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찰과 제조사는 테이저건이 중추신경계를 5초 안팎 마비시킬 뿐, 인체에 위험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법무연구소도 '위험성이 없다할 수는 없지만 심각한 부상 또는 사망 원인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비살상 원거리 무기로서 즉각 제압 효과가 큰 만큼, 규정과 훈련한 대로만 적절히 쓰면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구대 모 경찰관은 "테이저건 도입 20년째가 되도록 공식 사망 사고 집계는 없다. 맞은 직후 신체에 흐르는 전류량 자체가 높지 않다"며 "혹시 모를 위험 요인도 없도록 14세 미만 아동, 임산부와 얼굴에는 발사하지 말라고 교육 받는다. 현장에서는 현장 경찰관과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무기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광주에서는 출동 경찰에게 톱을 휘둘러 다치게 하거나 흉기 살해 위협을 한 피의자들이 테이저건으로 신속 제압돼 추가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테이저건 사용 요건 자체가 엄격, 외국과 달리 사고 위험 자체가 높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3년간 광주·전남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쏜 사례는 73건이다. 산술적으로 광주청과 전남청에서 각기 한 달에 1차례 꼴에 불과하다.
이러한 논란과 별개로 경찰 내에선 "딜레마다. 총기를 대신한 최후 제압 수단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부담이 크다", "가뜩이나 민·형사상 보호가 미흡한데 쏠 수 있겠느냐"며 자칫 불가피한 물리력 행사마저 위축될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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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