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전세사기 피해지원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
"최저 매입가격, 보증금 30% 아닌 최우선변제금 타당"
HUG 측 "운영비용 1000~3000억원 예상…재정 부담"
"피해자 3.6만명 보증금 5조원 달해…한달내 시행 불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포함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추진으로 국회 본회의에 회부된 가운데, 공정한 가치 평가 기준과 재원 마련 방법 등 모호한 지점이 많아 법안 보완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이 나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2층 사파이어룸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주요 내용 중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공공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입해 보상한 뒤 구상권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말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선구제 후회수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 하더라도 문제없이 작동·시행될 수 있도록 사전논의 및 준비가 진행되면 좋았을텐데, 논의과정 자체가 충분치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며 "특히 개정법안의 핵심인 '선구제 후회수'를 위한 공정한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지, 채권매입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또 재원에 대한 적절성 부분도 좀 더 깊이있는 고민과 숙의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먼저 발제에 나선 김택선 HUG 준법지원처장은 선구제 후회수 법안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통해 현재의 개정안은 '최저 매입가격의 기준'이나 '공정한 가치평가 기준' 등 세부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최저 매입가격과 관련해 "개정안 제28조4항에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른 우선 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문구의 해석에 대해 '임차보증금의 일정비율(예컨대 임차보증금의 30%)'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인정되는 '최우선변제금'이라는 해석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최우선변제권은 임차보증금이 시행령에서 정하는 금액(서울 1억6500만원·수도권 1억4500만원·광역시 8500만원) 이하인 소액임차인에 대해 보증금 중 일정액(서울 5500만원·수도권 4800만원·광역시 2800만원)을 다른 담보권자보다 우선 변제하는 것으로, 서울 지역의 경우 임차보증금이 1억원인 임차인과 1억5000만원인 임차인 모두 5500만원만 최우선변제권으로 인정된다.
이어 "개정안은 매매대금 산정 및 지급 방법에 대해서도 '공정한 가치평가'라는 추상적인 기준만 제시할 뿐 가치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며 "채권매입기관이 공정한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기준을 명확히 하고, 매매대금 평가 시점, 매매대금 지급시기, 비용 회수방식 등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주택도시기금의 수입원인 청약저축의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고, 국민주택채권도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있다"며 "시중 대비 낮은 금리로 인한 수요쏠림 현상와 저출산 대응 등 정책적 요구가 맞물려 수요자 대출 증가로 기금의 총 지출은 증가했지만 주택시장 위측 등으로 인해 여유자금은 2021년 49조원에서 올해 3월 기준 13.9조원까지 지속 감소하고 있는데, 주택도시기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후 토론에서 첫 발언권을 얻은 최우석 HUG 경·공매 지원센터팀장은 "실무를 맡은 HUG 입장에서는 반환채권 공정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예상 낙찰가율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선순위 채권금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기타회수예상금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이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등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있다"며 "(법 통과시) 임대보증금 채권 매입 절차 진행을 위해 HUG에서 소요되는 운영 비용이 대략 1000억~3000억원까지 지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HUG가 최근 보증 이행으로 인해 적자를 겪고 있어 재정 지원이 되지 않으면 공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정부 측 발언자로 나선 이장원 국토부 주택임차인보호과장은 "선구제 후회수가 담긴 해당 개정안은 정부와 여당이 배제된 채로 야당 단독 의결이 됐는데, 정부가 반대 입장이라는 말씀을 드렸음에도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상태로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며 "개정안에서는 주택도시기금으로 채권 매입 비용을 충당하게끔 명시돼 있는데, 주택도시기금은 청약통장으로 조성된 잠깐 빌린 돈이다. 또 집을 사고 팔 때 조성되는 채권도 최근 마이너스로 돌아서서 굉장히 부족한 상황인데 이 자금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주는 게 맞는지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자 평균 보증금액이 1.4억원, 인원이 1만5000명이기에 2년 한시법이 끝날 때까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피해자는) 3만6000명에 달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고, 이를 곱해보면 보증금 총액이 5조원 상당으로 나온다. 이중 정당한 가치평가를 거쳐서 주택 매입을 해야 하는데 대략 3~4조원은 소요되지 않을까 싶다"며 "또 개정안을 만든 의원실에서는 HUG와 달리 최저 매입금액을 보증금 30%로 논의를 했다고 하는 등 법을 만든 사람의 의도와 법안 문구도 맞지 않는 상황이며, 접수처도 전국에 강서구 하나 뿐인 HUG 피해지원센터라고 명시돼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1개월 이내에 시행하도록 돼 있는데 예산, 재원, 조직 어느 것도 확보된 게 없어 한 달 안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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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