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20다산콜재단이 예산 전용 편법으로 구입한 사무용 모니터 1억원어치를 9개월 동안 쓰지도 않고 묵혔다가 들통이 났다.

1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 공공감사담당관은 지난해 11월27일부터 12월20일까지 실시한 '120다산콜재단 종합감사 결과'를 지난 10일 발표하며 "조직운영, 예산, 물품관리 등에서 일부 부적정 사례가 확인됐다. 향후 발전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재단은 2022년 예산안 심의 기간인 2021년 11월30일 사무용 모니터 416대 구입을 추진했다.

모니터 구입에 쓸 자산취득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단은 타 예산 과목 집행 잔액을 모니터 구입에 투입했다.

그 결과 24인치 모니터 416대가 9984만원 규모 조달 구매로 같은 해 12월15일 배송됐지만 재단은 이를 바로 설치하지 않고 9개월 간 묵힌 것으로 조사됐다. 재단은 2022년 9월 말에야 상담실 사무용 가구를 재단 사무실에 배치하는 작업과 동시에 모니터를 설치했다고 한다.

재단의 예산 전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와중에 2022년 재단 예산에는 모니터 구입비 1억1040만원을 포함한 자산취득비 예산이 전액 반영됐다. 자산취득비 예산 3억4695만원은 재단이 상담실 사무용 가구와 모니터 받침대를 사는 데 모두 쓰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예산 전용과 편법 집행으로 혈세를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미 모니터 구입을 위한 자산취득비를 2022년 예산으로 요구해 예산안 심의 기간 중에 있었고 2021년 12월 당시 모니터를 구입하는 것이 시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차년도 사업을 미리 집행했다"며 "타 비목의 집행 잔액을 전용해 사용함으로써 잉여금으로 처리, 서울시 교부 출연금을 감액 조정할 재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와 상담사의 소형 모니터 사용 불편을 이유로 신속한 모니터 구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예산을 전용해 모니터를 구입했다고 재단은 주장하지만, 모니터 구입 후 9개월이 지난 후에야 설치하는 등 구입이 시급했다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2022년 예산 편성을 1~2개월 앞두고 1억원 가까운 돈을 쓴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시는 "2022년 예산 수립 후 모니터를 구매해야 함에도 2021년 12월에 1~2개월 앞당겨 2021년 예산 중 타 비목 집행잔액 전용을 통해 구입하는 것은 부적정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재단 업무 관련자 4명에 대해 신분상 주의 등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시는 서울시 재단 이사장에 "'서울시 출자·출연기관 예산편성기준'을 준수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예산을 편성하고 건전한 재정 운영을 위해 직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향후 지적한 사항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고 했다.